韓·日 궁중음악 첫'소리 어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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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일본 왕실 직속 연주단체인 일본 궁내청 내 식부직 악부(式部職 樂部)가 오는 5월 사상 첫 내한공연을 한다. 단원 25명 전원이 내한, 국립국악원 연주단(61명)과 합동 공연을 하는 것. 모두 4시간이 걸리는 한·일 양국의 아악 19곡을 이틀에 나눠 공연한다.

서울·부산 공연에 앞서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앞두고 양국 문화교류 차원에서 성사된 상호 교환방문 연주다.

이번 공연은 특히 한반도에서 건너간 일본 궁중음악의 뿌리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고구려·백제·신라 등의 음악을 토대로 한 고마가쿠(高麗樂)를 반주음악으로 사용하는 2인무 나소리(納曾利)를 실연하기 때문이다.

일본 악단은 이밖에 관현악 '에덴가쿠(越天樂)''아즈마소비(東遊)''사이바라(催馬樂)' 등을 연주한다.

내달 23일 첫 내한 공연

일본 궁내청 악부는 왕이 임석하지 않는 곳에서는 연주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인 데다 해외공연은 극히 드문 기회여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미용 국립국악원 원장은 "궁내청 악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음악인들이 이끄는 가가쿠(雅樂)회의 개인적인 방문은 있었으나 단체 차원의 공식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라며"궁내청 악사들은 1945년까지 세습이 원칙이어서 악사들 중에는 한국인의 후손이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궁내청 악부의 외국 공연은 1959년 뉴욕 유엔본부 초청연주와 70,76년 유럽 순회공연, 87년 왕세자 미국 방문, 89년 일왕 유럽방문 등 5회에 불과하다.

일본의 전통음악은 크게 궁중음악인 가가쿠와 조쿠가쿠(俗樂), 그리고 고토(箏)·샤미센(三味線)·샤쿠하치(尺八)등의 호가쿠(邦樂)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가쿠는 제례음악으로 노래·음악·춤이 곁들여지거나 절제되고 장중한 분위기에서 우리의 정악과 비슷하다.

◇궁내청 식부직 악부=일본의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유일한 국립 연주단체로 가가쿠만 전승·연주하고 있다.악사 양성을 위해 악생제도를 두어 예과 3년·본과 7년 과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악생의 응시자격은 악사의 자제 또는 중학교 과정을 마친 16세 전후의 남자. 매일 오후 3시까지 음악을 공부한 다음 부설 야간학교에서 일반 고교과정의 수업을 받는다.

55년부터 악부가 연주하는 모든 가가쿠는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악사 전원이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 동시에 국가공무원이다. 단원 처우도 최고 수준이며 종신직이다. 도중에 악사직을 포기하고 사회로 나가더라도 전통악단을 이끄는 아악의 지도자로 존경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다.

서기 7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궁내청 악부는 1910년까지는 일반인에게 음악 자체가 비밀에 부쳐졌다. 각종 의식이나 향연 등 궁중행사 때 연주를 맡는 것 외에 1956년부터는 궁내청에서 매년 봄·가을 두 차례 3일씩 공개연주회를 마련하고 있으며 매년 2~3회 일반 연주회장에서도 공연한다.

701년 탄생 가가쿠 전승

1874년 개항 이후에는 양악단원도 양성, 궁내 별관에 양악단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궁내청 악부는 가장 오래된 전통음악 연주단체인 동시에 일본 최고(最古)의 양악연주단이기도 하다.

◇공연메모=5월 8~9일 오후 6시30분 도쿄 국립극장, 12~13일 오후 2시 오사카 분라쿠극장, 23~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국립국악원, 27~28일 오후 7시30분 부산 문화회관.

공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막 하루 전날에 도쿄(7일 오후 6시30분)와 서울(22일 오후 4시)에서 실연을 곁들인 설명회를 연다. 02-580-3054.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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