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표 사업자 결정 직전인 2000년 11월 홍걸씨 국내체류 우연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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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체육복표인 '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 과정 의혹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 착수는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를 둘러싼 의혹의 본류로 검찰 수사가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崔씨의 전 비서인 천호영씨는 경실련 인터넷 폭로를 통해 "崔씨가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따주고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송재빈 대표에게서 주식과 돈을 받아 대통령 아들과 나눠가졌다"고 주장했고, 검찰도 "이 부분이 최규선 게이트 수사의 핵심"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수사 대상으로 ▶(김홍걸씨 등이)사업자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최규선씨가 타이거풀스 주식 11만5천주 이상을 저가 매입한 경위▶최규선씨가 송재빈 대표에게서 받은 15억원의 성격 등이라고 밝혔다.

◇사업권 선정 과정의 전말=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은 2000년 12월 2일 '스포츠토토' 사업권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후 체육진흥공단의 실사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단 실사단은 그달 18일 타이거풀스의 시스템 부분에 대한 실사 후 39개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4일 제출한 타이거풀스 실사 보고서에서 여섯가지 결격 사유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스포츠토토가 낸 사업계획 중 복권 발매기의 기능 및 시스템통합 솔루션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등이었다. 당시는 타이거풀스와 한국전자복권이 치열하게 경합하던 때였고 이같은 공단의 지적은 타이거풀스 쪽엔 악재였다.

그러나 공단측은 실사단의 의견을 무시했다. 실사 실무진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공단측은 H연구원에 의뢰해 스포츠토토의 기술 제휴사인 이탈리아 스나이사에 대한 현지 실사를 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월 18일 스포츠토토를 사업권자로 결정했다. 최종 계약은 2월 15일에 이뤄졌다.

실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실사단장이 '타이거풀스측이 되는 건 불가항력이다'고 말하면서 그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권 선정 과정이 가신그룹과 왕자들간의 대리전이었다'는 말들이 난무했다"고 전했다.

즉, 한국전자복권이 아태재단 실세였던 L씨와 여권 실세 K씨를 동원해 사업권을 따내려 하자 타이거풀스측은 여권 실세 P씨, Y씨 및 대통령의 아들들을 동원해 로비를 폈다는 것이다.

◇김홍걸·최규선 개입 정황=천호영씨는 "최규선씨가 2000년 12월 초 송재빈씨에게 전화해 "내일이면 (체육복표 사업자)심사위원들이 합숙에서 나온다. 다 잘 됐으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그 대가로 崔씨는 타이거풀스가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인 지난해 4월께 송씨로부터 주식과 돈을 받았다는 것이 千씨의 주장이다.

千씨의 주장 중 상당 부분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김홍걸씨의 동서 황인돈씨는 자신의 직원 명의로 갖고 있는 타이거풀스 주식 1만3천주가 사실상 홍걸씨 것이라고 시인한 상태다.

또 宋씨와 崔씨는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끊임없이 두 사람이 만난 시기에 대해 "지난해 3월 이후"라고 거짓말을 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소개로 2000년 12월께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만난 시점까지 감추려 했던 것은 사업권 선정과 관련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홍걸씨는 2000년 11월 14일부터 27일까지 국내에 체류했던 사실이 대한항공의 탑승 기록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묘하게도 타이거풀스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 닷새 전까지 국내에 있었던 것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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