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된 '토토짱' 이웃사랑 찡한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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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호기심 많던 꼬마 아가씨 '토토짱'이 사랑스런 할머니(?)가 돼 돌아왔다. 1981년 출간 7개월 만에 4천5백여만부가 팔리는 등 일본 출판계의 온갖 베스트셀러 기록들을 갈아치웠던 자전적 소설 『창가의 토토』(프로메테우스 출판사). 그 책의 저자 구로야나기 데쓰코가 20여년 만에 후일담을 펴냈다.

전작에서 그는 초등학교 입학 3개월 만에 퇴학당한 토토가 '도모에 학원'이라는 대안학교에서 참교육을 받다가 제2차대전으로 폭격당하던 도쿄를 떠나 피난길에 오르는 것까지 보여줬다. 이번에 그는 자전적 에세이집 『토토의 새로운 세상』에서 그 후 무용가·연극배우·TV토크쇼 진행자·아동복지운동가 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전한다.

어느새 환갑이 넘었지만, 수업시간에 창가에 서서 친동야(이상한 복장을 하고 악기를 울리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며 선전·광고하는 사람)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집을 짓는 제비에게 말을 걸던 토토의 엉뚱함은 변함이 없다. 베란다에서 넘어져 10여 바늘을 꿰맬 정도로 다치고도(여배우로선 치명적일 수도 있는 상처인데도!) 당장 디저트용 사과를 손에서 놓친 것을 아쉬워하며 대신 사탕을 입에 무는 천연덕스러움이란-.

무엇보다 세상에 대해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저자의 시선은 어린 토토의 그것 그대로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만난 아이들을 묘사하며 그는 말한다. "희망을 잃은 아이들은 지금까지 어떤 난민촌에서도, 어디에서도 만난 적이 없구나 생각하니 기뻐졌다. 신은 분명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을 갖는 힘을 준 게 틀림없다. 희망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뭔가를 해줄지도 모른다."(2백57쪽)

일화들을 시공간의 순서없이 묶어놓은 신작은 아무래도 짜임새나 문학적 호소력 면에서 전작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던 토토가 더불어 사는 가족·이웃의 의미를 더 넓은 세계로 확장시키며 '어른스러워진' 모습은 또다른 감동을 준다.

김정수 기자

note

어린이를 주제로 한 투명수채화의 대가이자 반전 인권운동가였던 일본의 국보급 화가 이와사키 지히로(1919~74)의 삽화 때문에 『창가의 토토』를 읽기 시작했다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토토의 새로운 세상』에도 그의 그림 7점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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