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희망의 현장 4.경북과학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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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북과학대는 학교 운영의 가닥을 특성화로 잡고 있다. 다른 학교에는 없는 독특한 학과를 개설해 개교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 발효식품에 대한 연구와 향토산업기술지원센터의 운영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향토산업기술지원센터는 지역 농산물과 특산물을 이용한 제품생산에 주력한다. 농산물을 가공한 제품을 생산할 경우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지자체들의 호응도 크다.

사과 등 과실을 이용한 고추장·알로에 푸딩, 강원도 태백시 의뢰로 개발한 감자식초·감자소주, 경북 영덕군의 특산물인 복숭아로 만든 천연 식초, 아가리쿠스버섯 건강음료 등이 향토산업기술지원센터에서 개발한 제품들이다.

연구작업은 전통식품연구소가 담당하고 생산은 식품공장에서 이뤄진다.

30여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갖고 있는 전통식품연구소에서는 7~10개월이 걸리던 감식초 제조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감식초 속성 발효법을 개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 기술로 국내외 17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품질보증실·무균실·미생물실·관능검사실 등 대기업을 능가하는 수준의 기자재를 갖춘 이곳에서는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의뢰를 받아 품질보증검사도 하고 있다. 암웨이·롯데 등에 납품되는 일부 제품의 경우 이곳에서 품질보증을 받으면 곧바로 납품이 가능하다.

제품 생산을 맡고 있는 식품공장은 포장공장과 함께 전국의 전문대 가운데 최초의 학교기업이다.

33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공장에서는 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과 외부에서 의뢰한 제품 등 60여종을 생산한다. 포장공장도 교수와 학생들이 포장과학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연구소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친 뒤 상품 개발에 들어간다. 마름모꼴 장미상자와 복숭아 상자 등 이곳에서 독자 개발된 제품들은 업체의 물류비용 절감 효과가 작지 않아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업체들의 포장 개발 의뢰가 밀려 선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졸업생의 30% 이상은 재학 중 기업에 특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향장 전공도 마찬가지다. 자체 공장이 없어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지만 2학년 졸업반이 되면 학생들을 모셔가기 위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고 한다.

관광외국어 전공의 경우 '현지 학기제'를 도입해 중국·이탈리아 등에서 어학과 관광실무 등을 익히도록 유도한다. 학교측이 여행사를 직접 운영해 학생들이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지난 2월 대구시와 함께 중국 베이징(北京)에 경북과학대여행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 정은재 부학장은 "우리 학교 졸업생들의 경쟁력은 학교 공장에서의 경험과 실습 위주의 수업 등을 통해 길러진 현장 적응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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