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친한 반중'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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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56.7%가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고 했다. 반면 중국에 친밀감을 느끼는 비율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일본 국민 사이에 '친한(親韓) 반중(反中)'의 분위기가 뚜렷하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 10월 7일부터 17일까지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다. 일본은 1978년부터 해마다 같은 문항으로 여론조사를 해왔다.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3년 연속 최고기록을 경신했다(그래프 참조). 반면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9.2%에 머물러 역대 최저였다. 한.일 관계가 '양호하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은 55.5%였다.

연도별로 비교하면 일본인의 반한(反韓) 또는 혐한(嫌韓) 감정이 90년대 후반부터 크게 개선됐음을 말해준다. 98년 이전에는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50% 전후)이 친밀감을 느낀다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었다. 예외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88년과 85년 두 차례뿐이다. 최악이었던 96년엔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 비율(60%)이 친밀감을 느끼는 비율(35.8%)을 압도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류 붐▶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로 인한 한국에 대한 관심 제고▶한국 여행자 수 급증▶정부 간 우호관계 회복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 대한 감정은 역대 최악으로 나타났다. 친근감을 느끼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10.3%포인트 낮은 37.6%로 곤두박질쳤다.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비율이 그만큼 증가해 60%를 넘었다. 이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아시안컵 축구대회 당시 중국 관중의 반일 응원 ▶동중국해 경제수역 갈등 등 올 들어 분출된 양국 간 악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일본인들이 가장 친근감을 느끼는 나라는 예년과 변함없이 미국(71.8%)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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