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최성규 前총경 해외도피> '최성규 도피' 진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성규 전 특수수사과장은 지난 19일 경찰청 이승재 수사국장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 중 일부를 해명했다.

우선 그는 몇주인지를 밝히진 않았지만 자신이 타이거풀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최규선씨 등과의 대책회의에 갔다는 두가지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돈을 주고 샀고, 호텔에는 3~4분 가량만 있었는데 크게 보도돼 당황해 도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에서 보도하는 청부수사 의혹 등에 대해선 억울하다"고 했다.

통화 내용을 국장이 가감없이 공개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崔전과장 스스로 의혹들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와 관련돼 제기된 의혹들은 이것 말고도 더 있다.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에게 돈을 줬다고 발설하고 다녔다는 S건설 유모 사외이사에 대한 입막음용 청부수사 의혹, 서울의 한 병원 비리에 대한 축소수사 부탁을 받은 의혹, S건설 손모 회장에게서 2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다.

그러나 국장과의 통화내용을 곱씹어보면 그의 해명은 오히려 그의 도피에 대한 의혹만 더 키운 꼴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그의 해명대로라면 도피할 이유가 없는데 도피했다는 얘기를 한 셈"이라고 했다.

때문에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 외국으로 도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최성규가 품고 있는 진짜 비밀'이 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수수사과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관련한 비리 수사"라며 "崔전과장이 도피 직전 청와대를 찾았던 점이 비밀을 푸는 열쇠"라고 말했다.

최규선 게이트는 지난 9일 최규선씨가 홍걸씨에게 돈을 줬다고 폭로한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홍걸씨 문제로 번졌다. 그후 청와대 방문에 이은 도피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홍걸씨 문제에 어떤 형태로든 崔전과장이 관련돼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