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독자 골라 學運委 출마 권유하라" 전교조 공문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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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가 지난달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선거를 앞두고 일선 학교 분회장들에게 '한겨레 신문을 구독하는 학부모를 찾아 출마를 권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달 초 '분회장님께 드립니다(대외비)'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올해 학운위 선거는 8월 중순 서울시 교육위원 선거에서 민주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학운위 선거에 우리 후보가 최대한 진출할 수 있도록 조직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공문은 "건전한 의식을 가진 학부모를 찾아 (출마를)권유해 달라"며 ▶한겨레신문 독자를 찾아 권유하는 방법▶담임교사에게 물어 건전한 의식을 가진 학부모를 찾아내 권유하는 방법▶학부모 여론조사를 실시해 찾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서울지부는 이밖에 지역위원 후보와 관련해 지부와 지회에서 진보적인 종교인, 노동조합 활동가 등을 추천하면 출마를 적극 권유할 것도 함께 지시했다.

이에 대해 서울 D고 교장은 "전교조가 세력 확장을 위해 학운위 선거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할 수는 있지만 특정 신문을 구독하는 학부모가 건전한 의식을 가졌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단위 학교 차원의 교육자치기구로 학부모·교원·지역사회 대표로 구성되며, 학교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본지 3월 20일자 25면>

학운위 위원들은 시·도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권을 가지며, 오는 7월 교육위원과 일부 지역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일부 교원단체와 교육위원 출마 예정자들이 '내 사람 심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재석 지부장은 "학교운영위원회 기획단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지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면서 "특정 신문 구독자가 건전한 의식의 소유자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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