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들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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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가 정말 왜 이러나. 하루만 지나면 새로운 비리 연루자가 튀어 나오니 어찌된 영문인가. 대통령 세 아들의 권력형 비리 혐의가 몇 순배를 도는 가운데 이제는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이 줄줄이 비위 행렬에 가세했다. 얼마 전 있은 민정·경호실 관계자들의 뇌물수수 경우를 제외하고 최근 한달새 드러난 것만도 여섯건이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통령을 특히 가까이서 보필하는 부속실·사정·민정·정무 비서실 관계자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대통령 측근 중 측근이다.

김현섭 민정이나 노인수 사정, 이만영 정무 비서관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을 은폐하거나 관련자를 도피시킨 혐의로 시비가 일고 있다. 윤석중 해외언론담당비서관은 3남 홍걸씨의 송사에 끼어든 경우로 당시 그의 직책이 총영사관 직원인지 대통령 아들의 개인비서인지 헷갈리게 하는 의심스러운 행태를 보였다.

이런 터에 치부를 위해 청와대 직위를 이용한 작태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규선씨에게 대통령 관련 정보를 빼돌리고 수시로 기백만원씩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제1부속실 이재만 행정관에 이은 임정엽 행정관(정무)의 경우는 "청와대 비서실이 이럴 수가!"하는 개탄을 자아내게 한다. 청와대측은 씨가 군수 출마차 지난 1일 청와대를 그만 두었으며, 그가 건설업자에게서 1억5천만원을 받은 것도 청와대에 오기 전 일이라며 청와대와의 인연을 털어내려고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청와대를 더욱 구차하게 만들 뿐이다. 사실 청와대에 오기 전 씨의 위치는 대통령 2남 홍업씨가 이끌던 아태재단의 기획실장이었지 않은가.

청소담당 8급이 4억원을 챙겼던 청와대라지만 요즘 청와대 행태를 보면 이게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공조직인지 오합지졸의 사조직인지 국민으로선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야당에서 대통령이 내정에서 손떼라는 요구까지 나오는 현실을 청와대는 직시해야 한다. 때가 늦었더라도 비서실 단속을 철저히 하고 대통령이 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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