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포구 정취 살려 관광상품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현재는 과거가 되고, 과거는 역사가 되고, 역사는 때로 돈이 된다. 삿포로에서 북쪽으로 전철을 타고 40분 정도 달리면 오타루(小樽)라는 아담한 항구가 나온다. 한때 청어잡이로 북적대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쇠락한 포구다.

그러나 오타루 사람들은 '과거의 상품화'를 통해 다시 일어섰다. 바다로 흘러드는 운하를 잘 포장해 관광상품으로 내놨다. 거무튀튀한 물이 흐르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개천 같은 곳이지만 물가의 벽돌 창고들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이 창고들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밀과 생선들을 보관하던 곳이었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를 개조해 서구풍 레스토랑으로 꾸며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 레터'도 오타루에서 촬영했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운하 풍경을 그려 팔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올해 67세인 사토라고 했다.부두노동자 출신인 그는 화가인 친구와 함께 운하 그림을 그려 오타루를 알리는 운동을 했다. 3년 전 친구가 사망한 이후 매일 이곳에 나와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는 "어려운 이론보다 스포츠나 예술 같은 문화교류를 통해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기자가 1천엔짜리 그림 두 장을 샀다. 1천5백엔으로 깎아주면서 그는 뒷면에 이렇게 썼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벽이 없어지고 평화가 오기를…'.

오타루=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