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자살 30代·두 여고생 '죽음의 신'숭배자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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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19일 아파트 28층에서 동반 투신자살한 金모(34)씨와 두 여고생이 죽음을 상징하는 힌두교 여신 '칼리(Kali)'의 숭배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동자 격인 金씨의 지갑에는 '나의 사랑:칼리(죽음)'라고 적은 칼리의 그림이 있었고, 휴대전화 초기화면엔 '칼리, 시바(힌두교의 주신), 통일, 부활'이란 단어들이 입력돼 있었다.

이는 그들과 동반 자살을 생각했었다는 또 다른 金모(26·광주시 서구)씨가 경찰에서 밝힌 내용이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세 사람을 자살 현장인 서울 영등포구 H아파트까지 데려다 준 金씨에 대해 자살 방조 혐의로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여고생인 조모(15)·車모(16)양은 숨진 金씨와 자살여행을 하면서 힌두교의 죽음에 관한 교리를 배운 것으로 밝혀졌다. 金씨가 평소 칼리 등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해놓은 공책이 교재였다고 한다.

'검다'는 의미의 칼리는 피와 복수의 여신으로 불린다. 경찰 관계자는 "金씨가 수년 전 선교사로 네팔에 1년 정도 체류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힌두교에 심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양과 車양은 金씨가 안티 자살사이트에 올린 "나는 죽을 것이다. 죽을 확신이 선 사람은 연락하라"는 글을 보고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소녀의 친구들은 "둘 다 학교성적이 상위권이었지만 평소에 죽고싶다는 말을 자주 해 金씨의 괴상한 행동과 철학에 빠져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자살한 세 명과 안티 자살사이트에서 알게 돼 아파트 현장답사 등을 하다 동반자살을 포기한 宋모(25·대학생)씨가 세 명의 자살소식을 들은 뒤 19일 오후 서울 한남대교 인도에서 음독자살을 기도했으나 병원 치료로 목숨을 건졌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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