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일산땅 팔때 이수동씨가 전담" 매입자 "전화로 위임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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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3남 홍걸(弘傑)씨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 땅을 이수동(李守東·구속 중)아태평화재단 전 상임이사가 나서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아태재단과 관련 없는 홍걸씨 땅 매매에 왜 李씨가 개입했는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홍걸씨가 소유하던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955의2 단독 택지(74.9평)를 매입한 白모(75·여)씨의 남편 金모(74·부동산 임대업)씨는 19일 기자와 만나 "이수동씨가 매매 계약부터 잔금 수령까지 모든 과정을 맡았다"고 말했다.

金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0일 매매계약 당시 李씨가 홍걸씨의 도장이 찍힌 위임장을 들고 왔으나 못 미더워 홍걸씨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李씨에게 위임한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5월 중순 아태재단 건물 李씨 사무실에서 잔금을 치렀으며 당시 세무사가 동석해 양도소득세 등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金씨는 "매매계약 당시 홍걸씨가 일시 귀국해 李씨에게 인감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떼어주고 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안다"며 "홍걸씨 땅은 도로에 붙어 있어 전원주택지로는 시끄러운 데다 급매물로 나와 비교적 싼 가격인 1억9천5백만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金씨는 "내가 땅을 산 직후부터 땅 값이 오르기 시작해 현재 3억2천만원을 호가한다"며 "주위에서 '대통령 아들의 땅을 샀다는 소문이 돌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땅을 팔라는 유혹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계약 당시 땅 주인인 홍걸씨가 대통령의 아들인 사실을 몰랐다는 金씨는 전직 교사 출신으로 현재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다.

한편 홍걸씨는 한국토지개발공사에서 일산 땅을 분양받아 1993년 11월 계약금으로 1천1백여만원, 94년 네차례에 걸쳐 중도금 6천여만원을 치렀다. 홍걸씨는 95년 2월 잔금으로 5천만원을 치르고 95년 3월 등기를 마쳤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18일 "94년 일산의 나대지 74.9평을 분양받아 같은해 장기 유학길에 오르면서 결혼 후 살고 있던 아파트 전세금 등으로 분양 대금을 충당했다"고 자금 출처를 밝혔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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