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감동시킨 '장애아 인간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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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의 인간승리를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도토리의 집'(사진)이 비디오로 출시됐다. 야마모토 오사무의 7권짜리 베스트 셀러 만화를 영화프로듀서 출신의 나카하시 마키토 감독이 3년간의 준비를 거쳐 2년간 만든 작품으로 일본 열도를 눈물짓게 한 화제작이다.

영화는 선천성 청각장애 및 발달장애를 지닌 채 태어난 게이코라는 아이의 어머니가 서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는 게이코로 인해 부모들은 지친 지 오래."인간의 감정이 사라지고 있다"며 아이에 대한 사랑이 식어감을 느끼던 어느 날 게이코가 천식으로 호흡장애를 일으킨다. 산소호흡기를 쓰고 버둥대는 게이코의 몸짓에서 "살고 싶어요"라는 비명을 들은 어머니는 비로소 새로운 의지를 다진다.

영화는 또 다른 장애아 기요시와 그 가족이 어떻게 웃음을 되찾았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이상한 행동을 해도 그것은 그들이 말하는 방법이므로,(걱정스런 얼굴 대신) 웃음을 보여줘야 그들도 웃을 수 있다"는 장애인학교 할머니 선생님의 말로 요약된다.

2부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지적된다. 성인이 된 장애인들의 거취에 대한 것이다. 게이코는 자라면서 스스로 밥을 먹고 자기 이름도 쓰게 되지만 어머니에겐 또다른 걱정이 생긴다. 가장 큰 문제는 생리. 슬기롭게 이 문제를 해결한 그녀는 이제 딸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터전인 '도토리의 집' 건립을 위한 기금마련에 나선다.

"아이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게 소원"이라던 부모들은 완공된 건물 강당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장애인들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그 감동은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서울문화사업단 배급. 02-654-2020.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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