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한복판의 어린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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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틴틴들은 전쟁의 와중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현지를 취재한 중앙일보 특파원 아저씨가 직접 들어봤어요.

"별로 불쌍하지 않아요. 그애 부모들이 우리랑 싸우고 우리를 죽이라고 시키니까요."

팔레스타인 자발리야 난민촌에 사는 아야(11·여). 또래의 이스라엘 어린이가 팔레스타인 사람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죽은 것에 대해 조금도 불쌍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꿈은 의사 아니면 순교자다. 부모들이 이스라엘에 내몰려 집을 잃고 쫓겨난 난민촌 어린이들은 자살폭탄 공격자를 찬양하는 포스터와 비디오에 둘러싸여 자라며 저절로 증오심을 키운다. 이 난민촌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여섯살 난 딸이 '순교자가 되겠다'며 폭탄을 사달라고 졸라 놀랐다"며 한숨을 지었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청소년들의 생각은 다르다. 라말라에 사는 마흐무드(가명·16)는 "자살폭탄 공격은 꼭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조금이라도 화해 기미를 보일 때 터집니다. 무장단체들은 팔레스타인의 독립보다는 이스라엘을 없애는 것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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