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회의서 수사 입맞추기 했나 崔총경 잠적… 의혹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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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규선씨가 지난 12일 밤 서울 강남의 한 호텔 객실에서 주재한 심야회의가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회의에는 김희완 전 서울 정무부시장과 함께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 총경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둘 다 최규선씨 의혹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金전부시장에 대해서는 최규선씨가 스포츠토토 사업권 선정을 도와준 대가로 타이거풀스 송재빈 대표에게서 받은 10억원을 나눠 가졌다는 주장이 崔씨의 전 비서 천호영씨로부터 제기돼 있다.

崔총경은 최규선씨와 사업관계에 있던 S건설 임원을 청부 수사했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 千씨가 공개한 최규선씨와 S건설 孫모 회장의 녹취록에 담겨 있다.

金전부시장은 이 모임에 대해 "崔씨를 위로하기 위한 단순한 만남이었다"고 주장했고, 崔총경은 "그런 곳에 간 일이 없다"고 아예 부인했다.

그러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이들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감추기 위해 회의를 했을 것으로 본다. 녹취록이나 고발문건 등 관련 자료가 많은 만큼 등장인물들이 뭔가 전략을 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회의 이후 이들의 행적은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金전부시장은 이튿날인 13일 오후 최규선씨가 묵었던 호텔을 다시 찾았다가 취재진과 맞닥뜨리자 황급히 자리를 피한 이후 연락이 끊어졌다.

崔총경은 대책회의를 연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13일 밤 경찰청사에서 본지 기자와 마주치자 "내가 崔씨를 찾아갔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 12일 밤에 대학원 수업을 들은 뒤 귀가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후 연락이 역시 끊겼다.

경찰청측은 "13일 밤부터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서 崔총경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으나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며 "경찰 간부가 청장과 연결이 안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일 밤 최규선씨측은 주요 언론사 기자들에게 특정장소를 지정해주며 만나자고 한 뒤 일제히 펑크를 내 대책회의를 감추기 위해 취재진을 거짓 약속으로 따돌려 취재력을 분산·허비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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