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으로 다져진 '4·19문학' 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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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4·19 세대의 문학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에 겪은 6·25 이후의 체험담들이 60년대 문학의 기본적 배경이 아닐까요."(소설가 김승옥)

"우리가 문단세대를 형성하고 '창비'와 '문지'가 되니 전후 문협세대들은 어떻게 보면 후배들에게 얹히게 된 거죠."(평론가 임헌영)

해방 후 한국 현대 문학의 지형도를 세대별로 그리자면 10년 단위로 등고선의 굵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혁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50년대 문학을 누르고 우뚝 선 4·19세대, 60년대와 80년대 사이에서 압사당한 70년대, 이념적으로 뭉쳐가며 더욱 구심력을 발휘한 80년대, 그리고 이후의 '지지부진한' 세대.

『4월혁명과 한국문학』은 그 여러 세대들 중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4·19세대 문학을 혁명 경험과 관련지어 개념화해 보이고 있다. 4·19 당시 대학 1학년이던 뱀띠 해 작가들의 회갑을 기념한다는 설명처럼 이 책은 이들 세대의 문학적 특성을 "역사가 운명을 바꾸는 거대한 승리의 체험을 공유한 4월 세대는 새 세상의 감각에 충실한 문학적 자유를 구가했다"(최원식)고 분석한다.

크게 좌담과 작가론·비판적 논쟁 등 3부로 나뉜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1부와 3부다. 최원식(인하대)교수의 사회로 김병익·김승옥·염무웅·이성부·임헌영씨가 참석한 좌담은 4·19 문학 세대의 내면을 살펴볼 흥미로운 읽을 거리다.

일본 문학이 끼친 영향, '창비'와 '문지' 창립을 전후로 어떻게 선배 세대와 인정 투쟁을 벌였는지 등이 작가와 비평가 개인적 차원에서 구술되고 있다.

3부에선 윤지관(덕성여대)교수가 '세상의 길:4·19세대 문학론의 심층'에서 문지 계열의 대부격인 평론가 고(故) 김현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나는 4·19 이후 한 살도 더 먹지 않았다"고 되뇌던 김현과 이후 비평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작업을 "4·19를 살아 행동하는 삶에서 강제로 끌어내 형식주의 속에 환원시켰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김현을 4·19세대의 한 전형으로 그려내는 방식 그 자체가 4·19의 의미를 선점하고자 하는 그의 담론 투쟁을 확대재생산하고 있으며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2부에는 김승옥(백지연)·이문구(황광수)·현기영(성민엽)·이성부(유성호)·조태일(구모룡)·김지하(홍용희)·염무웅(임홍배)·김현(황현산)론이 실려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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