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古지도 115점 기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고지도(古地圖)는 그림으로 표현한 역사죠."

국내 지리학계에서 '고지도 일인자'로 통하는 이찬(燦·80·서울대 지리학과)명예교수가 평생 모은 고지도 1백15점을 다음달 개관하는 서울역사박물관에 내놓았다. 박물관측은 교수가 기증한 자료로 국내 첫 고지도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교수가 기증한 지도에는 희귀본이 꽤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조선팔도여지지도(朝鮮八道輿地之圖)' 등이 그렇다.

그는 "임진왜란 전인 1500년대에 제작된 이 지도의 명칭을 알지 못해 애를 먹다 우연히 일본 호류지(法隆寺)에서 똑같은 지도를 소장한 것을 보고 비로소 이름을 알게 됐다"며 지도에 얽힌 사연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상상 속의 세계지도였던 '천하도(天下圖)'와 별자리가 함께 그려진 '천지도(天地圖)' 등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 만한 지도들이 많다.

그는 "옛날지도는 박물관 그 자체"라고 말한다. 고지도에 그려진 그림이나 지명 등으로 고인들의 문화와 생활, 사고방식과 세계관까지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가 고지도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50년 전. 지리학을 전공하면서 고지도 연구가 전혀 돼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다. "집사람한테 핀잔도 많이 받았죠. 쌀이 떨어져도 지도는 사모았으니까요." 인사동과 청계천의 골동품점에서 고지도가 있다는 연락이 오면 한밤중에도 달려나갔다고 한다.

요즘 교수는 고지도에 담긴 매력을 알기 쉽게 풀이하는 책을 쓰고 있다.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고지도를 감상하는 재미가 각별하죠." 박물관에 전시될 고지도를 통해 관람객들이 작은 생활의 재미를 발견하길 바란다며 교수는 지도를 기증한 이유를 밝혔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