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씨,타이거풀스 주식 받은적 없다더니… 사업권 따주고 대가로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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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규선(崔圭先·42)씨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벌어들이거나 관리한 1백억원대의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 그리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게 건넨 돈의 액수 등 핵심 사안들에 대해 계속 설명을 바꾸고 있다.

그가 운영해온 회사들의 몇몇 임원은 자신도 모르게 이사명부에 등재됐던 사실도 12일 밝혀져 의문을 더하고 있다.

◇의혹 커지는 주식·돈 거래=崔씨의 타이거풀스 주식 무상 취득 의혹은 崔씨가 타이거풀스 측과 긴밀한 관계였을 것이라는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崔씨가 지난해 3월 12일 D사 朴모 사장에게 3억원에 판 주식 1만2천주가 타이거풀스사의 대표이사를 지낸 吳모씨 명의였던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 주식 대금은 崔씨의 여비서 朴모씨 계좌로 입금됐다.

崔씨를 서울지검에 고발한 천호영씨가 "崔씨의 차명계좌로 60억여원이 드나들었다"고 한 바로 그 계좌다.

때문에 吳씨 명의였던 그 주식들이 사실은 崔씨에게 소유권이 있는 것이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지난해 2월 타이거풀스가 한국전자복권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스포츠토토' 사업권자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崔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고, 그 대가로 이 주식이 무상 제공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특히 그를 고발한 千씨는 검찰 조사에서 "崔씨가 사업권 낙찰 대가로 타이거풀스 대표 宋모씨에게서 타이거풀스 주식을 배당받아 미래도시환경 여직원 文모씨 명의로 관리했으며, 그해 4월 시내 모 호텔에서 10억원짜리 수표를 받아 서울시 고위 간부를 지낸 金모씨와 나눠 가졌다"고 비슷한 진술을 하고 있다.

검찰은 12일 千씨가 당시 함께 돈을 건네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崔씨의 운전기사 곽모씨 등을 소환, 진위를 확인 중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崔씨 측 변호인은 이날 "어떤 대가로도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적은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공모가가 4만원인 주식을 1만5천원에 사서 2만3천원에 판 것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본인도 모르는 임원 등재=崔씨가 운영하는 미래도시환경에 1999년 8월부터 1년간 이사와 감사로 잇따라 등재됐던 모씨는 12일 "내가 임원으로 등재됐던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에 근무하던 99년 업무 관계로 알게 된 崔씨가 당시 "조경 컨설팅을 하는 회사(미래도시환경)를 차리는데 주식 분산에 필요하니 명의를 빌려달라"며 주민등록등본 등을 요구해 건네줬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 몇달 뒤 崔씨가 다시 "주식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데 필요하다"면서 같은 서류들을 요구해 보내준 일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崔씨가 당시 그 서류를 이용해 임원명부에 등재한 것 같다"며 "어이가 없다"고 했다. 얼마 전 회사가 부도가 나 현재 고향에 머물고 있는 그는 당시 임원진에 대해서도 "난생 처음 듣는 이름들"이라고 말했다.

피플앤시티 이사 모씨도 "동생(대표 Y씨)이 이름을 빌려달라고 해 빌려준 것일 뿐"이라며 "회사에는 가본 적도 없고,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들로 보아 崔씨가 법인 설립에 필요한 요건(감사 1명·이사 3명)을 충족하기 위해 명의를 도용 또는 차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조강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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