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 의혹 司正당국 몰랐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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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규선씨를 둘러싼 의혹들이 커지면서 그의 행적을 사정당국이 과연 몰랐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그는 1998년 9월 사기 혐의(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 무산)로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국가정보원의 내사까지 받았다.

당시 청와대 지시로 그를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철저히 파헤친다는 의욕으로 샅샅이 조사했고, 정권 일각에서도 崔씨를 처벌해야 한다는 강력한 기류가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를 받기는 했지만 이런 곡절 끝에 그는 그해 10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경고를 받고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99년 다시 귀국해 대통령 아들(홍걸씨)이나 권력 핵심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다니는 그의 행적이 이들 사정 당국에 포착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무렵부터 그에겐 사정 당국의 견제를 뛰어넘을 만한 든든한 보호막이 쳐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 첫째가 민주당 실세인 권노갑(權甲) 당시 상임고문의 비서로 발탁된 것.

그는 2000년 10월 처신이 구설에 올라 權씨 진영에서 밀려날 때까지 權씨를 수행하며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사정기관 관계자 A씨의 말)로 행세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이뤄진 수사에서도 무혐의 처리된 그를 사정 당국에서 다시 건드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웬만한 비리를 잡아내봐야 또 풀려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그가 가진 힘의 벽을 못 넘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여전히 그의 주변엔 방패가 돼 줄 파워맨이 많다는 얘기"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은성(金銀星)전 국정원 2차장이 지난해 그와 김홍걸씨 간의 좋지 않은 소문을 청와대에 올렸다는 소문도 나돈다.

그러나 국정원측은 12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강주안·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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