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립대 교수 ‘철밥통 연봉’ 깨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올 하반기부터 국립대 교수 사회에 연봉제가 도입된다. 연구 실적 등이 떨어지는 교수의 연봉은 동결되는 반면 연구 성과가 높은 교수들은 현재 지급되는 성과급의 두 배(600만원)를 받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성과연봉제 시행안’을 21일 발표했다.

시행안에 따르면 올해 시행되는 성과연봉제는 전체 교수를 4개 등급으로 나눈다. S(상위 0~20%), A(21~50%), B(51~90%), C(91~100%) 등급이다.

S등급에 속한 교수는 평균 성과연봉(300만원)의 두 배를 받는다. A등급은 평균 성과연봉 이상을, B등급은 평균 성과연봉 이하를 받는다. 최하위 C등급은 성과연봉을 아예 못 받는다.

교과부는 S등급을 받은 교수 가운데 뛰어난 연구 실적을 보인 교수에 대해 대학 자율로 ‘SS등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평균 성과연봉의 네 배를 지급하는 것이다.

호봉이 없어지는 대신 차등 연봉은 해가 거듭하며 계속 누적된다. 시행 후 5~10년 차가 되면 능력에 따라 교수 연봉에 상당한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임용 교수에 비해 연구 실적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현재 40~50대 교수들이 민감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매년 자동적으로 올라가던 호봉 승급분이 없어져 몇 년 연속 최하위 등급(C등급)을 받으면 같은 연차의 동료와 연봉 격차가 상당히 벌어질 수 있다. 5년 이상 C등급을 받으면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교과부 김두용 대학교원운영선진화과장은 “지난주 지방 권역별로 ‘국립대 성과연봉제 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며 “다음 달 중 개정된 공무원 보수규정을 입법 예고하고 올 하반기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9월 신임 임용자(150명 예상)만 대상으로 하지만 2015년부터 국립대 1만6000명 전체를 대상으로 적용한다.

김 과장은 “대학별 세부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고 연봉자와 최저 연봉자의 격차가 최대 10% 정도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20% 이상 연봉이 벌어지는 사립대·일반 기업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철홍(인천대 교수) 전국교수노조 국공립대위원장은 “교수들의 연구 업적을 정량화해 평가한다는 발상 자체에 찬성할 수 없다”며 “잘하는 교수에게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면 몰라도 총액 인건비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 교수들끼리 경쟁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원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