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온난화 해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바다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여줄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공장에서 내뿜는 를 굴뚝에서 모아 바다에 직접 녹여 넣거나,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늘려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도록 하는 방안을 과학자들이 모색하고 있는 것. 단순히 숲을 가꿔 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한해 방출량도 소화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닥쳐 대안으로 바다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특히 1997년 체결한 교토의정서에 의해 2008년 이후 배출이 엄격하게 규제됨에 따라 선진국들은 바다를 이용한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처리 연구에 2조3천억원을 쏟아부었으며, 일본도 매년 1조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해저 폐기장을 찾아라(그림①)=현재 바다에 녹아 있는 는 40조t이며, 앞으로도 최소한 몇 조t을 더 녹일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계산이다. 공장 등에서 내뿜는 양이 매년 약 80억t이므로 적어도 몇백년치는 바다가 흡수할 여력이 있는 것이다.

버리는 방법도 간단하다. 를 압축해 액체로 만들어 깊은 바닷속에 넣어주면 저절로 바닷물 속에 녹아들어간다. 그러나 버리는 곳을 잘 택하는 것이 과제다. 우선 공기와 접하는 해수면은 상대적으로 가 많이 녹아 있다. 따라서 수심 1천m 이하까지 잠수정으로 를 운반해 버려야 전부 바닷물에 녹일 수 있다.

또한 해저라고 해도 물이 솟아오르는 곳이면 녹았던 이산화탄소가 금세 수면으로 올라와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때문에 물이 올라 오지 않는 곳을 찾아야 한다.

한국해양연구원 박영규 박사는 "현재 최적 후보지는 남극해 일부 등으로 이곳의 해저 바닷물은 지구를 돌고 돌아 약 1천년 뒤에나 해수면으로 올라온다"면서 "그러나 를 버릴 곳이 남극해처럼 멀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새로운 폐기처 후보지를 찾아 바닷물의 흐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랑크톤 농장(그림②)=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으로 한해 1백억t의 를 산소로 바꿔놓는다. 지구 전체의 나무들이 흡수하는 양의 40배다. 게다가 바다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플랑크톤이 자랄 수 있다는 게 해양학자들의 생각이다.

2000년 호주와 뉴질랜드의 해양학자들은 남극해의 플랑크톤 양을 크게 늘리는 실험을 했다. 플랑크톤 생장에 필요한 철분을 바다에 뿌려준 것. 그랬더니 플랑크톤 수가 크게 늘어 철분 1㎏을 뿌렸을 때 1백30㎏이 광합성으로 제거됐다. 그러나 플랑크톤 증식법은 생태계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