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조기 진단시대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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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33주된 태아에게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주면 0.15초 뒤부터 태아의 뇌 활동이 아주 활발해진다. 태아가 음악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아름다운 장미꽃을 볼 때 뇌의 활동이 어떤 부위에서 어떻게 시작해 어느 지점으로 옮겨 가는지 1천분의 1초 단위로 마치 뇌 속을 들여다보듯 알 수 있다. 뇌자도 측정장치 덕이다.

뇌과학과 뇌질환 연구에 사용되는 이 장치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기표준부 이용호 박사팀은 뇌속 40곳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40채널짜리 뇌자도 측정장치를 최근 국산화했다.

이에 따라 아직 우리나라 병원에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이 장치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적으로는 30~1백 채널 제품 1백50여대가 가동 중이다. 태아용 뇌자도 측정장치도 개발됐다.

뇌자도 측정장치는 뇌신경이 활동할 때 생기는 미세한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을 포착하는 장비. 이박사팀이 개발한 장비는 지구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10억분1 만큼 미세한 자기장도 잡아내며, 10×10㎝ 넓이의 뇌를 초당 1천번씩 찍어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자기공명촬영장치(MRI)가 몸에 고주파를 쏘고 양성자촬영장치(PET)가 방사성 물질을 몸에 주사해 신체에 이상이 있는지 분석하는 것과 달리 뇌자도 측정장치는 머리에서 나오는 자기신호를 잡아 분석한다. 따라서 인체에 전혀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간질의 발작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두개골을 열고 전극을 뇌에 올려놓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비를 사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단위로 정확하게 발작 지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치매의 조기 진단, 태아의 뇌기능 진단, 뇌지도 작성, 침술의 과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뇌질환과 뇌과학에서 MRI와 이 장비를 함께 사용해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는 추세다. 이를 잘 활용하면 거짓말 탐지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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