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운동 과열·혼탁 : 금품제공 등 불법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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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는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과열·혼탁으로 치닫고 있다.

적발된 불법 선거운동 건수가벌써 3천1백32건(3월 말 현재)으로 1998년 지방선거 전체의 1.8배에 이른다. 금품을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이 두드러지고 사조직과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기승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적발한 불법 선거운동 가운데 1백50건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하고 2천9백76건에 대해 경고·주의조치했다고 9일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의 경쟁률이 역대 최고로 예상되는데다 기초단체장 후보 당내 경선제가 도입되면서 선거 분위기가 조기 과열되는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돈 선거'우려=금품을 건네는 불법 선거운동이 잇따르고 있다.

출마를 포기한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1천만원을 건넨 경북의 한 기초단체장이 구속되고 강원도 기초의원 출마 예상자인 A씨는 주민행사에 참석해 찬조금 37만원을 제공하다 적발됐다.

전남지사 경선과정에서 한 후보가 지역 언론인 4명에게 식사와 현금 20만원씩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적발한 불법 선거운동 가운데 금품·음식물 제공이 8백23건(26%)으로 가장 많다. 지난번 지방선거 때의 2백8건(12%)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4대 선거 가운데 기초단체장선거에서 출마 예상자들의 불법행위가 가장 많다. 지난달 말까지 적발된 불법 선거운동의 41%(1천2백79건)다. 지난번 지방선거 때는 기초의원 후보들의 불법이 가장 많았었다.

이번 선거에서 기초단체장 경쟁률(2백32개 선거구 1천2백79명 출마 예상)이 4.9대1로 지난번(2.9대1)보다 크게 높아진 데다 당내 경선 과열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특정 정당의 바람몰이가 거세지 않고 출마 희망자가 늘어 금품·음식물 제공 사례가 대폭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조직 급증·사이버 혼탁 비상=경기도 기초단체장 출마 예정자 K씨는 지구당 사무소를 자신의 산악회 사무실로 제공하고 지구당 간부들을 읍·면 산악회 조직책임자로 앉히는 등의 사조직 활동으로 선관위에 걸려 검찰에 고발됐다.

이처럼 출마 예상자들의 사조직이 불법 선거운동조직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1만1천여명의 절반 정도인 5천3백여명이 개인연구소·장학회·종친회·동호회 등 모두 6천여개의 기관·단체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선관위는 기초단체장 출마 예상자 2명 등 모두 5명을 사조직 관련 불법선거운동으로 적발했다.

또 인터넷이 불법 선거운동에 활용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백90여건의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을 적발해 4건을 수사 의뢰했으며 비방 글 등 3백여건을 삭제했다.

◇선관위 대책=선관위는 지역축제 등 각종 봄행사를 틈탄 불법 선거운동이 많을 것으로 보고 중점 단속키로 했다.

당내 행사로 간주하고 한발짝 물러서 있던 경선에 대해서도 적극 감시키로 했다.경선과 관련한 금품·음식물 제공에 대해선 대의원 매수를 금지한 정당법을 적용해 처벌할 계획이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차단하기 위해 2개 단체와 개인 25명으로 '사이버검색반'을 구성하고 불법사례 검색 건수에 따라 사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거법을 위반하는 기관이나 단체 등에 대해서는 폐쇄명령이나 고발조치키로 했다. 시민들의 불법 선거운동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달 포상금을 최고 3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각 정당의 후보가 확정되지 않아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극도의 혼탁양상이 우려돼 집중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권삼·홍창업·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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