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 "과열 우려" 官 "걱정 말라" 뒤바뀐 경기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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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이 과열 가능성을 제기하자 정부 당국자는 '과열 우려는 과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대책에 대해서도 민간측은 선제적인 금리 조절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한 반면 정부 측은 '아직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 민간에선 '금리인하'를,정부는 '불가방침'으로 맞서던 때와는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오규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우리 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설비투자와 수출, 실업률과 금리 등의 지표로 볼 때 건실한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권차관보는 특히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택가격도 정부의 대책에 힘입어 안정을 되찾고 있다"면서 경기 과열에 대한 일부의 우려는 과장됐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비해 민간 쪽에선 경기회복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내수중심의 회복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전무는 특히 올 1분기 중 경제성장률이 5~6%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내수만으로도 이같은 고성장이 가능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회복될 경우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경기진단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시각차는 금리인상을 포함한 거시정책기조를 언제 바꿔야 할지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권차관보는 수출과 투자가 확실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장(금리인상 등)거시정책기조를 바꿀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신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가계 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선 '재건축 허가요건 강화'나 '가계 대출에 대한 감독 강화' 등 전통적인 미시적 대증요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민간쪽의 시각은 이미 경기과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만큼 서둘러 선제적인 경기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이 이미 '버블 단계'에 근접했다"고 지적하고, 사전예방 차원에서 거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석은 과거 우리나라와 유사한 버블현상을 경험했던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볼 때 거시정책의 타이밍을 놓칠 경우 급격한 경기하락이나 장기침체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과열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와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3일 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최근 경기와 산업'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었다. 민간과 정부의 전문가들은 수출이 2분기부터 살아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으나,전반적인 경기 회복의 속도와 처방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김수길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의 사회로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심포지엄에는 6백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주요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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