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수익성 높인 상품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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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은행권에 안전성과 함께 수익성을 높인 상품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목돈을 날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덜어주면서, 정기예금 금리에 '+α'를 얹어줌으로써 저금리를 못견뎌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들이다. 요즘 돈이 몰리는 은행권의 수신상품들을 알아본다.

◇전환형 펀드=주가가 오름세를 타자 은행권에서도 주식편입 비중을 높인 신탁상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12월부터 판매한 전환형 신탁상품인 '파인 신단위금전신탁 전환형 1호'는 이달 초 목표수익률을 달성해 채권형으로 전환됐다.

이 상품은 6개월 만기로 신탁재산의 50%까지 주식에 투자한 뒤 수익률이 6개월 기준 연 10%(누적수익률 5%)를 초과하면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의 연환산 수익률은 펀드 설정 당일 가입한 고객의 경우 연 30%를 넘고 있다. 농협도 지난 1월부터 판매한 '수퍼타겟펀드 전환형 2호'가 2개월만에 목표수익률(15%)을 달성, 채권형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전환형 펀드의 실적이 좋아짐에 따라 각 은행마다 전환형 펀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은 25일부터 종합주가지수가 1천포인트를 돌파하거나 판매기간중 누적수익률이 10%를 달성하면 주식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해 국공채에 투자하는 '파인1000플러스 신탁'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가지수 9백선에서 펀드가 설정될 경우 지수가 1천포인트에 도달해 채권형으로 전환되면 누적수익률은 9%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국민은행도 '프랭클린 더블히트 신탁' 1·2호 펀드가 20여일만에 1천8백억원의 수탁실적을 올렸으며 지난 22일부터 3호 펀드를 모집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신탁자산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 1년 이내 8%, 2년 이내 15%, 3년 이내 20%의 운용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뉴락인 2호 펀드'를 이달말까지 판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찾는 고객은 높은 수익률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문에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비교적 높은 수익률도 누리고 안전성도 보장되는 전환형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투자신탁=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들어 판매된 대부분의 펀드가 판매 시작과 함께 매진됐으며 앞으로도 1조원 규모가 더 조성될 예정이다.

부동산투자신탁에 뭉칫돈이 몰리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 분양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짓는 시공사에 대출되는 만큼 펀드의 성패는 분양실적에서 90% 이상 판가름난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투자신탁 담당자는 "분양실적에 대한 분석이 1백% 맞을 수는 없지만 입지조건과 시공사의 상태를 충분히 검토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또 중간에 시공사가 부도나 더이상 건축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해 사전에 대체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수익률은 연 7%대. 초기에 설정된 펀드가 연 11~12%의 수익률을 낸 것보다는 적지만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여전히 2~3%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은행마다 상품 개발에 뛰어들면서 오피스텔 등 분양 전망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어 투자 결정 전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후순위채=후순위채란 발행한 회사가 망할 경우 빚을 갚는 우선순위가 일반 채권보다 뒤지는 채권이다. 다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보통의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은행의 경우 일반 회사보다 망할 확률이 적다는 인식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높은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최근 연 실효수익률은 7.5% 수준(확정금리)으로 일반 정기예금(5년제)보다 2.5%포인트 가량 높다.

이때문에 지난 14일 이 상품을 판매한 신한·조흥은행의 경우 영업시간 시작과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들어 이미 1조원의 후순위채가 발행됐으며 외환위기 직후 BIS비율을 올리기 위해 은행들이 고금리로 발행한 후순위채를 조기에 상환하는 것을 허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8천억원 규모가 더 발행될 예정이다.

후순위채는 또 만기가 5년이 넘을 경우 자본금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대부분 5~7년 만기로 발행된다.

장기간 돈이 묶이는데다 중도 환매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철자하게 자금운용계획을 세운 뒤 구입해야 한다. 또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기적으로(1·3개월)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와 만기에 이자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복리채 두종류로 발행되는데 표면 금리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국민은행 자금부 전인문 차장은 "매월 받은 이자를 본인이 굴려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은행이 운용하는 것보다는 못미치기 때문에 복리채가 유리하지만 매달 이자를 받아 사용할 곳이 있다면 이표채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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