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한 아르헨전 거리응원뒤 영동대로 쓰레기 범벅

중앙일보

입력

17일 오후 10시 4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대로.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이 끝난 직후, 거리 응원을 한 이들이 빠져나간 뒤의 모습이다. 이들의 응원도구와 스낵 봉지, 깔고 앉았던 종이 등이 나뒹굴고 있다. 2:0으로 이겼던 그리스전 이후 거리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경기 이기면 청소하고, 지면 안 한다?

17일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을 응원하러 거리에 나선 시민들이 12일 그리스전과는 전혀 다른 시민 의식을 보여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대로. 열띤 응원을 펼치던 12만여명의 응원객들은 10시 30분 경기가 끝나자마자 썰물같이 응원 장소를 빠져나갔다. 4대 1의 참패에 낙심해 허탈한 표정이었다. 손에 들었던 응원봉과 깔고 앉았던 종이, 스낵 봉지와 음료수병들이 나뒹굴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치우는 이가 없었다. 10여분이 지나자 두세 명 정도의 시민들이 자기 자리 근처의 쓰레기를 주웠지만, 방대한 지역의 쓰레기를 모두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12일 그리스전 종료 직후 기쁨에 겨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봉투를 들고 청소에 나섰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엔 시민들의 자발적인 청소에 감동한 미국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이 풍경을 접한 네티즌들은 “실망이다”“자성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글ㆍ사진=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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