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상은 누구인가' 영국 '뿌리찾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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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국에 가문의 뿌리 찾기 바람이 불고 있다. 계기는 BBC-2TV에서 지난 두 달간 방영한 기획 다큐멘터리 '당신은 누구십니까?'. 유명 인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의 조상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연속물이다.

특히 시청자의 관심을 끈 주인공은 탤런트 겸 영화배우 수 존스톤(여.61)과 BBC 뉴스 여성 앵커 모리아 스튜어트(여.59). 존스톤의 경우 증조부의 인간 승리가 돋보였다. 1825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증조부는 산업혁명의 총아인 기차에 주목한다. 작은 역의 잡역부로 시작해 역장 대리까지 올라갔다. 이어 역 앞에 작은 호텔을 열어 상당한 돈을 벌었다. 덕분에 그의 아들(존스톤의 할아버지)은 '젠틀맨'의 타이틀을 얻게 된다.

흑인 여성 앵커로 주목받아 온 스튜어트는 영국의 식민지와 이민의 역사를 보여준 사례다. 그의 할아버지는 서인도제도 출신 영국 유학생이다. 1912년 목숨을 건 한 달간의 항해 끝에 영국에 도착했다. 학업을 마친 뒤엔 고향으로 돌아가 흑인들이 참정권을 요구하는 식민지 시민운동을 이끈다.

시리즈는 뿌리 찾기를 귀족이나 부자의 전유물에서 일반 시청자들의 관심사로 바꾸었다. 출생.결혼.사망 등 주요 인적 사항을 보관 중인 정부 기록보존소의 지난 11월 한 달간 문서 다운로드 건수가 네 배로 늘었다. 기록보존소장 제임스 스트라첸은 "급증한 조회 건수는 전부 뿌리 찾기 때문이다. 그동안 잠재해 있던 가족사에 대한 관심이 BBC 프로그램을 계기로 폭발한 듯하다"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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