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돌파구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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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대(對)이스라엘 노선이 크게 수정됐다. 마무드 압바스(사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은 14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무장투쟁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국가 수립을 위해 이제는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내년 1월 수반선거에서 당선이 확실한 압바스 의장의 말이라 앞으로 이.팔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무장투쟁을 최선의 방법으로 주장해 온 과격 무장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 4년간의 큰 실수=압바스 의장은 14일 범아랍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와의 회견에서 "지난 4년간의 무장투쟁은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을 뿐 실효성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티파다(민중봉기)는 점령에 대한 민중의 반대의사를 천명하는 합법적 권리다. 하지만 인명을 해치는 무장투쟁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건한 협상주의자로 알려진 압바스 의장은 원래도 인티파다 과정의 무장공격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무장투쟁 포기를 이처럼 분명히 촉구하기는 처음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정서가 극에 달에 있는 현 상황에서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 수도 있는 파격적인 중대 발언을 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즉각 환영했다. 백악관은 "테러와 폭력 종식을 위한 중대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실반 샬롬 외무장관도 "평화 정착을 위해 다음달 9일 예정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무장단체 반발=하지만 하마스 등 과격 무장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마스 대변인은 압바스의 발언을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총의는 그의 발언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무력 포기에 반대했다.

게다가 최근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이.팔 무력충돌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재개된 폭력사태로 15일까지 이스라엘군 7명과 30여명의 팔레스타인 무장대원과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 같은 충돌 국면이 지속되는 한 평화는 없다는 게 압바스 의장의 입장이다. 그는 다음달 수반선거에서 당선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지율 저하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오랜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이다.

특히 무장투쟁을 인정해 온 아라파트와는 다른 노선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4년간 30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과 1000여명의 이스라엘인이 죽었다. 이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 평화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팔레스타인 새 지도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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