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 무시" - "잡긴 잡아야" : 업계·전문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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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시가 사실상 아파트 분양가 통제에 나선 것에 대해 주택업계는 "자율화의 근간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H사 사장은 "주택업체들이 앞장서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다. 분양가가 올라 이익이 생긴다면 대부분 시행사와 조합 몫이다"라고 항변했다. S건설 임원은 "최근의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 급등은 수급불균형이 낳은 결과인데 가격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죽었던 내수를 살린 만큼 갑자기 칼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율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관(官)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택협회는 4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분양가 산정과 관련한 업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분양가 내역 일부 공개▶시행사와 조합에 합리적인 산정 촉구 등을 통해 과도한 인상을 막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분양가 자율화의 근간을 살리면서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막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국세청 기준시가 수시고시제와 연동해 해당 지역의 적정 분양가를 책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해당 지자체가 심의해 분양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형태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의 윤주현 연구위원은 "기금지원을 받는 공공주택의 분양가는 철저히 규제하되, 민간주택 분양가는 자율화의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투기와 청약과열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기술개발·생산성 증대 등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마이너스옵션제 도입 등 시공사 차원에서 노력할 여지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지주공동사업에서 지주들의 땅값에 대한 양도차익을 철저하게 매기라는 의견도 많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이윤을 많이 챙기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지만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철저히 챙긴다면 분양가 인상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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