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평 미화작업 맡은 '청소박사' : 코엑스빌딩 관리부 김종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청소는 과학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KOEX) 빌딩의 청소 업무를 총 지휘하고 있는 코엑스 관리부 김종혁(金鍾赫·42)차장.

오늘도 그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코엑스몰·트레이드타워·아셈타워·컨벤션센터 등 22만평의 미화작업을 책임진 지 4년 만에 '청소박사'란 칭호를 얻었다.

"청소는 건물의 이미지를 높이고 그 수명을 길게 합니다. 수십억원의 돈을 절약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죠. 청소만 잘 해도 억대 연봉을 받는 시대가 곧 온다니까요."

코엑스 건축과장으로 근무하던 金씨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현 부서로 발령받았다. '노조위원장을 했다고 한직으로 내모는구나' 싶어 사표를 내려 했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직장생활 10년 동안 아무런 전문지식도 쌓지 못해 받아주겠다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 업무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대학시절 전공(한양대 건축학과) 책을 다시 꺼내 건물의 재질·특성에 적합한 청소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카펫 세탁업체·대리석 관리업체와 청소용 화학약품 공장을 찾아다녔고, 건물 지하창고에 '청소 실험실'을 만들었다.

여기엔 의료용 현미경을 개조한 청소 검사기·광택측정기 등 실험도구가 들어섰다.

그는 '사람 몇명 써서 깨끗하게 청소하라' 식의 용역 발주방식을 확 바꿨다. 각종 재질에 따라 어떤 화학약품과 청소기계를 쓸 것인지, 청소는 몇회가 적당한지, 투명도는 얼마를 목표로 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청소 용역을 발주했다.

그가 고안한 청소법 덕분에 비용이 줄고 건물은 깨끗해졌다. 미화원 1인당 관리면적은 97년에 비해 20% 늘었고, 청소비용은 15%가 줄었다. 현재 코엑스 미화원 한명이 7백40평을 맡고 있다. 63빌딩(1인당 3백50평) 등 다른 건물보다 생산성이 두배다. 전략기획팀 오수영 과장은 "金차장이 청소업무를 맡은 이후 입주업체들의 불편신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소문이 나자 강남 LG타워·인천국제공항 등에서 견학 요청이 줄을 이었다.

미화원들은 새벽에 청소 검사를 하러 나오는 金씨에게 '삼성동 올빼미'라는 별명을 얹었다. 미화원 전용 샤워실·식당을 마련한 金씨는 "코엑스 전시장이 월드컵 때는 미디어센터로 쓰인다"며 "청소가 뭔지를 세계인에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