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위치추적 시스템 개발 본격 시동 EU "美기술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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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럽연합(EU)의 야심적인 위성발사 계획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EU 운송장관들은 26일 갈릴레오로 명명된 새로운 '위성자동위치 추적시스템(satellite navigation system)'의 개발에 1차분으로 11억유로(약 1조3천억원)를 출자하기로 합의했다. 개발완료 때까지는 총 36억 유로가 투자된다.

계획대로라면 유럽은 1단계로 2005년까지 관련 기술의 개발을 완료하고, 2007년까지 지구 궤도상에 위성 30개를 순차적으로 쏘아올려 그 다음해부터 시험운영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위치추적 시스템 기술의 세계 표준화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돼 온 위치추적 기술이 민간 상업용으로 폭넓게 쓰이는 전기도 마련된다.

EU는 갈릴레오가 실용화할 경우 일상생활에 혁신적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운송 부문에서 완벽한 자동항법운전이 가능해지고, 병목현상이나 지체 등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연료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확한 위치 파악으로 각종 안전사고를 피할 수 있게 되고, 고기잡이·유전탐사·건축·금융거래 등에도 폭넓게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본격 추진으로 EU와 미국의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미사일 요격 등 군사목적으로 개발된 자국의 위치추적시스템인 GPS보다 더욱 정교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EU 국가들이 미국의 동맹국이기는 하지만 미국을 위협하는 적국이 갈릴레오의 위치추적 데이터를 활용하면 미국의 미사일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하 기자

갈릴레오 프로젝트란

EU 국가들이 추진 중인 혁신적인 위성자동위치추적 시스템 개발계획. 고도 2만4천㎞의 지구궤도에 30개의 인공위성을 띄워 지상에 있는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지상의 수신기에 실시간으로 알려주게 된다. 표적 물체를 1m 이내 오차로 추적이 가능해 군사용으로 개발된 미국의 GPS나 러시아의 글로나스보다 훨씬 정확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까지 기상기지를 구축하고 위성발사를 완료, 이듬해 시험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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