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社 시슬리코리아 홍병의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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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프랑스에 본사를 둔 화장품 업체 시슬리는 거의 광고를 하지 않는다.

또 화장품 용기 디자인에 거액을 쏟아붓는 여느 업체와 달리 이 회사 제품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등 싸구려 제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소박하다.

그런데도 가격은 스킨 등 기초화장품의 경우 개당 10만~30만원으로 최고가다. 이만하면 경쟁이 거센 화장품 시장에서 조기 퇴출될 필요조건은 웬만큼 갖춘 셈이다.

그러나 시슬리는 도태되기는커녕 1997년 대리점 영업에서 본사 직판체제로 전환한 후 매년 40%씩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샤넬·랑콤과는 달리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도 이달 들어 우리 제품이 입점한 전국 27개 백화점 중 15곳에서 화장품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본사에서조차 놀라고 있어요."

시슬리코리아 홍병의(45·사진)사장은 화려한 마케팅 대신 품질로 평가받겠다는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었다고 평가했다.

洪사장은 또 "시슬리는 식물·야채·허브 등에서 추출한 1백%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용기의 고급화 등을 꺼리는 것도 소비자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품질 제품을 기반으로 한 고가전략과 함께 洪사장이 개발한 '샘플 마케팅'도 매출 증대에 한몫 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제품안내서 등 우편물을 보낼 때 항상 샘플을 동봉하도록 했다. 따라서 제품을 사지 않고 고객명부에 등록만 한 사람도 매월 시슬리에서 받은 샘플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샘플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약점도 있다. 매출 중 스킨·로션 등 기초제품의 비율이 85%로 색조·향수 제품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洪사장은 "올해 다양한 색조제품을 출시해 매출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洪사장은 무역회사에서 시슬리 제품 수입을 담당하다 97년 시슬리코리아가 설립되면서부터 사장으로 일해왔다. 시슬리는 프랑스의 위베르 도르나노 부부가 76년 설립한 회사로 천연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제품만을 고집하며 지난해 미국 CNN으로부터 21세기에 가장 성장이 빠른 화장품 회사로 평가받기도 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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