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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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의 대북 특사 파견은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특사 파견은 김정일 답방으로 연결될 수 있다"(한나라당 鄭亨根의원)는 점에서 대선 국면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침체된 남북관계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 일색인 민주당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선용 신북풍"(洪準杓의원)이라며 2000년 4·13 총선을 사흘 앞두고 6·15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된 것과 같이 이번 특사 파견은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金위원장 답방이 이뤄지면 연말 대선까지 그 파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정형근 의원은 "시중에선 월드컵이 끝난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재방북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노무현(盧武鉉)후보 지지층이 20~40대란 점도 의혹을 부추겼다. 한나라당 남북관계특위 조웅규(曺雄奎)위원장은 "젊은층은 남북관계를 좀 더 민족적 관점에서 본다"면서 "김정일 답방으로 盧후보에 대한 이들의 지지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차정일(車正一)특검의 발표시간과 같은 점을 들어 '특검 물타기용'이라거나 "한나라당 부총재단 사퇴 등 당 내분 수습 국면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란 해석까지 나왔다.

한나라당은 이를 따지기 위해 우선 국회 관련 상임위 소집을 요구했다.이재오(李在五)총무는 "林특보가 북에서 협의할 내용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특사 파견은 김정일 답방 구걸용일 것"이라며 "정부가 최근 금강산 관광 지원책을 발표한 것이나 통일부 장관이 아닌 林특보가 방북하는 점에서 이면 거래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련도 마찬가지다. 정진석(鄭鎭碩)대변인은 "세간에선 林특사의 방북이 국내 정치와 연계돼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며 "대선 정국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면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침체된 남북관계가 활발해지는 좋은 계기"(韓光玉대표)라면서 "남북 간과 북·미 간 긴장 국면에서 적절한 시기에 특사가 파견됐다"(金成鎬의원)고 '정략적 의도설'을 일축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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