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편의점 점원서 시작 체인업계 국가대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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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세계가 미국 스타벅스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한국 내 사업권 계약을 체결하고 자본금 1백억원짜리 법인을 설립한 것은 1997년 9월. 그러나 외환위기로 시장상황이 불투명해지는 바람에 98년까지 단 한개의 점포도 내지 못했다.

99년 미국 본사에선 체인점 사업에 20년 이상 경험이 있는 최고경영자를 찾아 조속히 사업을 개시하라고 요구했다. 급해진 신세계가 고르고 골라 선택한 사람이 현재 스타벅스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정진구(鄭鎭九·57·사진)사장. 그리고 그 선택은 성공했다.

스타벅스는 99년 7월 서울 이대점을 시작으로 명동·강남역 등 요지에 37개의 매장을 내며 '테이크아웃 커피' 돌풍을 일으켰다. 명동점은 단위 면적당 매출이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鄭사장은 "고급스런 취향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간파,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매장을 크게 하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꾸민 것이 적중했다"며 "임대료가 비싸지만 광고효과가 큰 중심지 상권을 공략한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鄭사장은 지난해 2월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경영 대상(大賞)에 해당하는 '프레지던트 어워드'를 받았다. 개점 이후 가장 이른 시간(1년)에 흑자를 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사업전망을 높게 평가한 미국 본사는 2000년 12월 1백억원을 증자하기도 했다.

鄭사장은 "스타벅스란 브랜드 파워에다 모기업의 적극적인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지만 20년 이상 외국계 체인사업에만 매달려온 경력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서울대 농학과 졸업 후 74년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때마침 터진 오일쇼크로 취업이 막막해지자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말단 점원으로 취직했다.

세븐일레븐에서 그는 '하루 세번 정산법' 등 각종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한국의 부장급에 해당하는 지역 매니저까지 고속 승진했다.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85년부터 9년간 베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샤니 계열의 비알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94년 파파이스 아시아지역 지사장이 됐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며 鄭사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직원에 대한 교육이다. 3년간 직원 4백명을 교육시키는 데만 24억원을 투자했다.

그는 "외국 기업은 철저한 성과중심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성과를 올리기 위한 직원 재교육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며 "우리 회사를 떠나 딴 곳에서 근무하더라도 스타벅스 출신은 뭔가 다르다는 얘길 듣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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