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바람 VS 맞바람 강원도선 간발差 : 노무현 7표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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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강원지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남에 따라 민주당은 총 16회의 순회경선 가운데 6개 지역에서의 투표를 소화했다. 전체 선거인단(7만명) 15.6%의 투표가 완료됐다.

강원도에선 노무현(盧武鉉)후보가 이인제(李仁濟·6백23표)후보에게 7표차로 이겼다. 미세한 차이지만 의미는 적지 않다. 강원지역은 중부권의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다. 또 보수성향이 강하고 경선 초기에는 李후보의 우세가 예상됐던 곳이기도 하다.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李후보측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노풍'이 밀어닥치면서 지난주 여러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노무현 압승'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래서 李후보측은 그 바람을 가라앉히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그 결과 박빙의 승부로 나타났다. 따라서 李후보측은 "'노풍'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전망이 밝지 않다. 향후 경선일정을 보면 당분간 李후보측이 불리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6개 지역 경선 결과도 李후보측에 별로 고무적인 상황이 아니다.

盧후보는 출신지역인 영남의 PK(부산·경남)권역인 울산(10일)과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광주·16일)에서 1위를 차지했다. 李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의 대전(17일)과 충남(23일)에서 몰표를 얻었다. 그 결과 종합순위 1위를 이어갈 수 있게는 됐다.

문제는 李후보의 우위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다. 당장 이번 주말 경남(30일)과 전북(31일)지역 경선이 있다. 경남 선거인단은 4천2백여명. 대전·충남을 합한 숫자(4천5백여명)와 맞먹는다. 경남지역 선거인단에 대한 일부 여론조사는 盧후보 지지율이 70%까지 나온다."대전·충남의 투표결과가 경남지역을 자극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영·호남 열세, 충청 우세'라는 구도가 이어진다면 李후보의 앞날은 어둡다. 영·호남의 선거인단 수가 충청권보다 워낙 많기 때문이다.

또 李후보 진영에선 경기지역 경선에서의 우세를 장담하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李후보는 경기지사를 거치고, 경기도에서 국회의원을 한 연고가 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의 주요 도시들에는 영·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서울·경기의 경우 보수성향이 강한 강원도에 비해 盧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李후보는 盧후보의 돌풍을 보다 확실히 차단할 카드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렇지 못하면 어느 순간에 李후보의 '중대결심'카드가 또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盧후보로서는 李후보의 이탈을 막고 경선이 순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대세론''대안론'에서 '정계개편 논란'과 '음모설'까지 나온 민주당 경선은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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