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H양 납치 살해사건 손발 안맞는 경찰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에서 공기총 여섯발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된 여대생 H양 살해사건 수사가 두 경찰서끼리의 괜한 경쟁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시체가 발견된 곳을 관할하는 경기 광주경찰서와 실종신고가 접수된 서울 강남경찰서다. 공조수사는 커녕 이것저것 부딪치며 수사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두 경찰서는 H양이 살해된 장소와 시간 등 사건의 기본적인 팩트에서부터 서로 달리 바라보고 있다. 강남서는 H양이 시체 발견 현장에서 총살됐으며, 실종 당시 입었던 옷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한 것으로 미뤄 실종 당일 숨진 것으로 본다.

반면 광주서는 실종일로부터 8~9일 뒤 숨졌고, 다른 곳에서 살해돼 옮겨졌다고 여긴다. 현장에 혈흔이 거의 없고 도로에서 1백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총 여섯발을 쏘기에는 무리라는 것.

광주서는 강남서가 수사본부를 광주서에 떠넘겨 책임은 면하면서, 공은 가로채려고 욕심을 부린다고 불만이다. "그래서 수사의 핵심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모든 걸 새로 수사하느라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강남서 수사반쪽에선 "이 건은 우리 수사" "수사력도 우리가 우수하다"는 등의 말로 이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관련자를 양쪽에서 번갈아 불러 조사하는 중복수사도 빚어지고 있다.

강남서가 이미 두차례 불러 조사한 H양의 남자친구 A씨를 광주서에서도 조만간 부를 계획이다. H양의 아버지도 두 경찰서에 모두 불려갔다. "두 곳에서 똑같은 진술을 했고 똑같은 자료를 복사해 줬다"는 것.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