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축구, 대반란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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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청의 승리를 확정짓는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이기부(右)가 동료 고재효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창원=연합]

프로팀부터 동호회팀까지 모여 한국축구의 왕을 가리는 FA(축구협회)컵 축구대회 첫날 이변이 춤췄다. 막강 프로팀들이 무너졌고, 조기축구회(동호인팀)가 대학팀을 잡았다. 14일 마산.창원.남해 등 경남 일원에서 31개팀이 치른 32강전 15경기(전북 현대는 부전승)에서 프로팀 13개 중 4곳이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 동호인팀은 자체예선을 거쳐 4개팀이 출전했다. 실업팀과 대학팀은 올해 각종 대회 성적에 따라 각각 6개, 8개 팀이 나왔다. 16강전은 16일에 역시 경남 일원에서 열린다.

▶프로팀들 수모

동의대가 프로축구 K-리그 준우승팀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꺾었다. 동의대는 외국인선수 및 노장을 제외한 1.5군으로 나선 포항을 맞아 후반 14분 터진 탁경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켰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4강신화의 주역 중 한 사람인 김종부 동의대 감독은 "선수들에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하라'고 했는데 예상밖의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성남 일화도 수모를 면치 못했다. 성남은 K2리그 수원시청에 1-3으로 졌다. 차경복 감독의 뒤를 이어 성남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대행으로서는 사령탑 데뷔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실업팀 한국철도의 경기는 연장까지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한국철도가 5-4로 이겼다. 대구FC도 실업팀 할렐루야에 1-3으로 져 체면을 구겼다.

▶동호인팀 첫승 신고

FA컵이 동호인팀(2종클럽)에 문호를 연 건 지난해다. 지난해 본선 첫판에서 포항에 0-5로 대패한 뒤 재도전한 재능교육이 건국대를 1-0으로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직장동호인팀인 재능교육은 선수 전원이 이 회사 직원.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을 차는 동호인팀으로는 사상 첫 FA컵 본선 승리다. 전반 37분 이 회사 관리팀 최근진 선수가 결승골을 뽑았고, 역시 관리팀에서 근무하는 골키퍼 김천섭 선수는 후반 38분 건국대 안성민의 페널티킥을 막아 승리를 지켰다. 재능교육 감독인 원진재 관리팀 과장은 "여름에는 밤에, 나머지 계절에는 일요일에 주로 훈련했다"며 "이번 대회를 위해 이달 초부터 단체휴가를 내 전지훈련을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기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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