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측근' 하순봉 부총재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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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부총재가 22일 전격 부총재직을 사퇴했다. 당 내분사태는 새로운 양상을 맞게 됐다.

측근으로 지목된 河부총재와 양정규(梁正圭)부총재·김기배(金杞培)전 총장의 퇴진을 놓고 당내에선 찬반 입장이 격렬하게 갈려 소장파와 중진간 세(勢)대결 양상이 전개되는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중 河부총재는 '쥐새끼' 발언으로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河부총재의 퇴진에는 국면전환을 위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뜻이 담겨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장파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河부총재 사퇴만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河부총재는 물론 梁부총재·金전총장의 부총재 경선 불출마와 2선 퇴진을 요구 중이다.

미래연대의 부산 모임에서 공동대표인 이성헌(李性憲)의원은 李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1인 지배 정당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반적 추세"라며 "李총재가 5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뽑히면 총재직은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李의원은 "李총재가 총재를 맡지 않으면 당을 꾸려갈 수 없다면 우리 당은 집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연대는 다음주 초부터 '측근청산'서명작업 등 "구당(救黨)운동을 펼칠 것"이라는 게 한 참석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李총재와 가까운 서상목(徐相穆)전 의원 등 원외 위원장 20여명도 별도 모임을 갖고 "측근 정리가 해법"이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정계 보수파 중진들은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정창화(鄭昌和)·신경식(辛卿植)·목요상(睦堯相)의원 등은 "당력을 집중할 때로, 집단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미래연대에 불만을 표시했다. 대구와 경남지역 의원들은 "당의 결속을 위해 다소의 불만은 자제하라"는 별도 성명을 냈다.

李총재는 미래연대 세미나장에서 "참신하고 발전적인 사고로 현상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데 여러분의 뜻이 있다고 이해한다"며 "정권교체야말로 절체절명의 명제다"고 강조했다. 李총재는 "힘을 합쳐 생각하자"며 "편집된 생각에 사로잡혀선 안된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최상연 기자,부산=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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