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새 회장에 어윤대씨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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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금융회사인 KB금융지주 회장에 어윤대(65)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내정됐다. KB금융의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5일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면접을 하고, 어 위원장을 추천키로 결정했다. KB금융은 17일 이사회와 다음 달 13일 임시주총을 열어 그를 회장으로 정식 선임한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로 한국은행 총재 등 주요 자리가 빌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KB금융 회장 추천의 경우도 면접을 하기 전부터 사실상 회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에선 이 대통령과의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어 회장 내정자는 선출 직후 본지 기자와 만나 “KB금융 회장에 응모하라는 제안을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며 “(내가) 고려대 총장도 지냈는데 KB금융 회장이 되기 위해 청와대의 힘을 빌리는 정도의 사람이라고 보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업계에도 삼성전자처럼 국제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 회장 내정자는 은행권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평소 “국내에서도 세계 50위권 은행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KB금융(자산 326조원)이 우리금융(325조원)과 합병한다면 그의 주장대로 세계 50위권 금융사가 탄생한다.

어 회장 내정자는 “민영화되는 우리금융에 관심이 있다”며 “현금이 아닌 주식 교환을 통해 인수할 수 있고 증권과 자산운용 등 사업이 다각화된 것이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외환은행은 은행밖에 없고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선 현금 5조~6조원을 동원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인수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중 민영화가 추진되는 산은지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산은지주에 대우증권이 없었다면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15일 다른 금융지주사 주가가 모두 올랐는데 그를 회장 후보로 추천한 KB금융만 하락한 것도 그 영향이 크다. 이른바 ‘어윤대 리스크’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우리금융, 장기적으론 산은지주와의 합병을 우려하는 투자자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국민은행장과 KB금융 사장 인선에 대해선 “지금은 내부 직원의 사기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행장과 사장은 가능하면 내부에서 능력 있는 분을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 강정원 현 국민은행장은 7월께 감독 당국의 징계가 예정돼 있다. 차기 행장은 회장이 추천권을 갖는다.

한편 야당은 KB금융 회장 추천 과정을 ‘관치’로 규정하고,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어윤대 회장 후보 추천을 철회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는 논평을 냈다. 우상호 대변인은 “어 전 고려대 총장이 금융시장과 현실적 은행 경영에 대해 무슨 경력과 전문성이 있는가”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 특정 학교 편중 인사 시비가 지난 2년 6개월간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사 쇄신이 거론되는 마당에 이 같은 반시장적 행위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

경남 진해 출생.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금융통화운영위원(1992~95년), 고려대 총장(2003~2006년)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초부터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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