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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지금은 안보위기 상황 … 군 혼란 조속히 추슬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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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방부에 대한 감사원 중간 감사 결과 발표 뒤 대장급 군인사들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신임 합참의장 내정자나 육군참모총장, 연합사부사령관, 1군사령관에 임명된 인사들은 모두 군 내부에서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천안함 사건과 감사 후폭풍으로 어수선한 군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출발점으로 무난하다고 본다. 감사원과 국방부는 하루빨리 감사와 후속 군인사를 마무리함으로써 군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 중간 감사 결과 발표를 놓고 군 일각에서는 불만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사건을 전후해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해 상황적 변수를 일절 배제하고 소소한 규정에만 매달려 무리한 징계 요구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상의 전임 합참의장의 경우는 명예가 훼손됐다며 공공연히 반발하기도 했다. 군 일각의 이런 반발이 온당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마냥 매도할 만한 일도 아닐 것이다. 더욱이 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오래도록 방치할 순 없는 일이다. 군을 관리하고 안정시키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다. 감사 결과를 토대로 천안함 사건에서 드러난 군의 잘못에 대해선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엄정하게 처리하되 분위기에 휩쓸려 큰 잘못이 없는 사람들까지 ‘도매금(都賣金)’으로 억울하게 징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민도 대다수 군인은 고(故) 한주호 준위나 천안함 희생 장병들처럼 국가 방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하고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군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신뢰를 보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천안함 사건으로 드러난 우리 군의 문제점을 하루빨리 바로잡아 국가안보의 구멍을 메우고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태세를 갖추는 일이 급하다. 지금은 국가안보가 위기에 처한 시기다. 북한은 거의 매일같이 ‘서울 불바다’ 발언 등 대남 협박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은 후계 체제 구축 과정에서 모종의 모험주의적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형성된 남북 간 긴장이 국지전(局地戰) 등 새로운 남북 충돌로 이어질 위험성도 높아져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우리 군의 혼란을 오래도록 방치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국가안보 태세를 정비하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은 우리 군의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남북 간에 큰 긴장 없이 평화가 유지되면서 군마저도 나태해진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군인사가 기개와 강한 정신력을 갖춘 인재들보다 문제 없는 사람들을 주로 우대하는 등 ‘좋은 게 좋다’는 풍조로 흘렀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이 같은 풍조가 유사시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우리 군이 엄정한 기강과 강인한 기개로 뭉쳐 있었다면 천안함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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