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反昌'실력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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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 소속 의원 10명과 당직자 2백여명은 18일 낮 12시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충북도지사 집무실에서 이원종(李元鐘)지사에게 탈당을 강권한 것은 후안무치한 정치폭력"이라고 항의했다. 시위대는 당사 진입을 시도하며 30여분간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같은 시각 자민련 여성당원 1백여명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서울 가회동 자택으로 몰려가 '호화 빌라' 규탄시위를 했다.

자민련이 실력행사에 나선 모습이다. 자민련 소속 이원종 충북지사의 한나라당 입당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전국 지구당위원장 회의에서 김종필(金鍾泌·JP)총재는 격앙된 표정으로 "건전한 상식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을 해놓고 뉘우침과 반성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이냐"며 李총재를 비난했다. JP는 "백주에 정치테러를 저지른 李총재와 한나라당은 반드시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관계자는 "이제 JP와 李총재 사이는 완전히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李총재의 충청권 전략이 'JP포섭'이 아니라 '자민련 와해'로 기운 이상 JP도 생존을 위해 전면적인 반(反)이회창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때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김용환(金龍煥)의원이 충청권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도 JP의 심사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JP는 '핍박받는 자민련'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해 동정여론을 유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민주당과 제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선의원은 "李지사가 탈당하면 충북지사는 차라리 민주당 후보를 연합공천으로 미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결속력이 떨어지고, 재정압박이 심해지는 데다 한나라당과 별도로 박근혜 의원이 자민련 지지기반을 잠식하고 있어 JP의 위기탈출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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