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가상국가'라도니아' 실제 착각 이민 희망자 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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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가상의 나라 '라도니아(Ladonia)'에 이민 희망자가 몰리고 있다.

라도니아는 스웨덴 남서부에 1㎢ 정도의 '영토'를 보유한 인터넷 가상국(Net Country)이다

(http://www.ladonia.net).

'건국의 아버지'는 스웨덴 설치미술가 라슈 빌크스. 그는 1996년 스웨덴 남부 해안가에 설치한 자신의 대형 추상조형물을 스웨덴 당국이 철거하려 하자 이 일대 토지를 매입하고 그해 6월 2일 라도니아를 세웠다.

가상국가라지만 나름대로 행정·입법·사법부 등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다. 국기와 국가는 물론 법무·국방·보건·외교 등 26개 부처가 있고, 부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인터넷선거로 국회의원도 뽑는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치러지고 있는 자체적인 '테러와의 전쟁'은 국민들의 최대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등록된 시민권자는 5천6백여명. 대부분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인들이다. 누구나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고, 12달러만 내면 귀족신분을 얻을 수도 있다.

최근 이 나라에 파키스탄인들의 시민권취득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한달간 접수된 파키스탄인들의 시민권 신청서는 3천여건."인터넷을 통해 북유럽국가의 시민권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파키스탄 전역에 퍼지면서 희망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라도니아에서 일하고 싶다" "파키스탄 주재 라도니아 대사관의 주소를 알려달라" "이민 요건과 절차는 어떻게 되나"는 질문들이다. 신청자들은 라도니아를 다른 북유럽국처럼 취업기회와 사회보장 혜택이 보장되는 실재하는 나라로 착각한 것이다.

라도니아 당국은 인터넷 접속이 폭주한 지난 11일 일시적으로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대책회의를 열어 "라도니아는 직업과 주택을 제공할 수 없으며, 비자 역시 발급하지 않는다"는 경고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라도니아의 국무장관인 빌크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심어줬다"면서 "라도니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는 잠시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여행"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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