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초등학교 건물 달라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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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요즘 초등학교가 확 달라지고 있다. 예쁜 외형과 첨단 설비를 통해 눈에 띄는 건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네모 반듯한 일(一)자형 콘크리트 건물, 전국 어느 학교를 가더라도 똑같았던 7.5m×9m 크기의 단조로운 교실, 침침한 조명과 비좁은 복도, 매캐한 조개탄 냄새를 풍기던 난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번 학기에 새로 문을 연 서울 구로동 미래초등학교.

입구부터 노란색·귤색의 채색이 예사롭지 않다. 건물 벽면에는 벽돌의 색깔을 달리해 우주선·토끼 등을 그려놓았다. 좁아진 운동장을 대신해 지하 주차장과 실내 체육관이 건물 안에 들어섰다.

교실도 예전과 다르다. 35명의 아이들이 줄지어 앉고도 교실의 3분의 1 이상이 빈 공간으로 남을 만큼 넓다. 복도도 교실 하나를 지어도 될 만큼 눈에 띄게 넓어졌다. 벽은 흰색과 밝은 노랑으로 화사하게 칠했다. 나무 무늬의 고급 장판이 깔린 말랑말랑한 바닥은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 기름 걸레로 초를 칠해 광을 낼 필요도 없고 콘크리트 먼지가 날릴 염려도 없다.

채광·환기·보온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단열 이중창을 사용했다.

학교 냉난방은 온도감지 장치를 통해 자동 제어된다.

교실 문도 고급 자재를 사용해 손에 가시가 박힐 위험이 없다. 미술실·음악실·과학실·실과실·시청각실·방송실 등 다양한 특별활동 교실도 눈에 띈다.

작지만 샤워실도 마련 돼 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이 학교 김찬옥(金澯玉)교장은 "초등학생의 정서와 교육적 효과를 감안해 예쁘게 꾸몄다"며 "옥외 공간, 넓은 복도 등을 활용해 휴식공간도 넉넉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신이 났다.

5학년 이용은 어린이는 "해리 포터의 마법학교보다 우리 학교가 더 예뻐요"라고 말했다. 학교가 예쁘고 첨단 시설을 갖췄다는 소문이 주변 지역에 퍼진 지 오래다. 학교 완공과 함께 전교생을 한꺼번에 전학시켜 왔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은 없었다.

지난해 9월 개교한 서울 태랑초등학교도 소규모 화장실 18개를 분산 배치했다. 층별로 하나씩 배치했던 이전 학교들의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학생들의 이동을 최소화하도록 고려한 설계다.

서울시 교육청 황규선 장학사는 "제7차 교육과정에 맞게 학교의 모습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에 신축된 학교들은 각각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 첨단 시설을 도입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던 표준설계가 1993년 이후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다.

각 지역 교육청의 관할 아래 학교별 설계가 이뤄지는 것이다. 학교 신축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도 수렴한다.

미래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이름도 공모를 통해 지었다. 당초 구로5동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오초등학교'란 이름을 달 예정이었다.

한국교육환경연구원 조진일 연구팀장은 "학부모·학생 등 수요자의 요구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학교는 한번 지으면 수십년 가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성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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