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급비리 수사 공방, 군 명예만 금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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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육군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가 육군본부와 군검찰 간의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군검찰이 '인사기록 변조설' '상부의 지시설' 등 각종 의혹을 흘리면, 육본 측은 '인사시스템을 모르는 무리한 수사'라는 식으로 반격한다. 비리의 결정적 증거도 없이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공방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다 군이 이런 한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개탄스럽다.

군장성 인사에서 비리가 있다면 척결돼야 한다. 군의 근간을 좀먹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도 한점 의혹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수사가 군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진행된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군은 고지식할 정도로 철저하게 안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집단이다. 이를 위해선 높은 사기와 확고부동한 지휘체계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진급자를 포함한 육군 수뇌부가 '비리 연루자'로 비춰져 지휘체계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크다. 물론 수사를 위해선 군의 명예와 지휘권 손상도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양측이 마치 '사생결단'식으로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려고 해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우선 군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방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군검찰은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두고도 3주째 특별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사 실무 장교 2명을 공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구속한 것이 전부다. 게다가 이들도 변호인을 통해선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물론 군검찰은 결과도 내놓지 못하면서 '앞으로 수사에 자신이 있다'고만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철저한 내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된 뒤 발표하길 바란다. 그래야 쓸데없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육본 측도 검찰 주장에 일일이 '해명'하는 태도를 거두어야 한다. 군검찰을 지휘하는 국방장관도 지금처럼 오불관언해서는 안 된다. 비리 의혹 수사도 중요하지만 군의 수장으로서 군의 사기와 명예를 보호하는 것도 그의 임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