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됐다가 석방된 다음날 이용호씨 현금 1억원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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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이용호씨가 2000년 5월 9일 서울지검에서 횡령 혐의 진정 사건으로 긴급체포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뒤 다음날인 11일 회사 직원에게 1억원을 준비시킨 사실을 밝혀내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또 李씨가 그 해 8월까지 5~6차례에 걸쳐 1억원씩을 현찰로 골프 가방에 담아 갖고 갔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돈의 행방을 쫓고 있다.

특검팀은 2000년 7월 금융감독원이 KEP전자 주가 조작 혐의를 검찰에 통보한 점에 주목, 검찰이나 금감원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또 지난해 11월 이용호씨에 대한 대검 수사 당시 이수동(李守東·70·구속)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와 관련, 현직 고검장급 간부가 이수동씨와 통화한 사실을 밝혀내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李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한 결과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李씨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통화 내역에서 수사 정보 유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수동씨가 진술을 거부해 보강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이수동씨에게서 "대검에서 부를테니 잘 대비하라"는 말을 들은 도승희(都勝喜) 전 서울시정신문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에게 자신의 차명계좌를 통해 1억원을 빌려준 김성환(金盛煥)씨가 또 다른 차명계좌에서 수억원대를 관리해 온 정황을 포착,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金씨가 이용호씨에게서 자금을 건네받아 김홍업씨와 아태재단측에 전달했는지를 캐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1999년 이용호씨 계열사의 전환사채(CB)발행 청탁을 금융권에 알선하는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전 레이디가구 실소유주인 정상교씨를 구속 기소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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