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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환경 낙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선진 외국 기업의 폭넓은 투자야말로 국제 경쟁력을 재는 바로미터이고 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도약할 근거가 된다. 그러나 외국 기업에 비친 우리의 투자환경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가 최근 다국적 기업 경영인들을 상대로 한 기업환경 조사를 보면 세제나 노동의 유연성,글로벌 경영환경 등 8개 부문에서 서울은 도쿄·상하이·홍콩·싱가포르에 비해 훨씬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세제 부문에서 소득세율은 최고 세율이 40%로 홍콩·싱가포르보다 크게 높아 외국인 투자 유치에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파악됐다. 기업 입장에선 같은 값이면 세금이 적은 곳을 택해 장사를 하려 한다. 노동의 유연성이나 외환 분야도 낙제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10% 남짓에 그치는데도 양대 노총이 벌이는 선명성 경쟁 등은 외국 기업인들의 눈에 불안하게 비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외국 기업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비즈니스 측면에서 우리를 본다는 한계가 있고, 그들의 요구를 무조건 다 들어줄 수도 없다. 그러나 이들의 지적은 경쟁국에 비해 다국적 기업의 지역 본부를 유인할 만한 투자환경이나 제도가 여전히 미비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말로만의 글로벌화가 아닌 과감한 글로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연초에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 본부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나섰으나 세계 1백대 다국적 기업 중 한국에 아시아 지역 본부를 둔 곳은 한개뿐이다. 국내 외국 기업이 1만여개를 넘고 있다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사 결과 외국인에게 비친 국가 이미지가 실제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기업인들보다 바깥에 있는 다국적 기업인들에게 더 나쁘게 인식돼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뒷짐만 져온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경제시대는 기업이나 제품만 마케팅하는 시대가 아니다. 선진국 벤치마킹을 통해 국제무대에 한국의 브랜드화 홍보작업을 더 적극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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