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연내 급격한 금리 인상 없을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국제결제은행(BIS)이 올 연말까지는 미국과 유럽에서 급격한 금리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BIS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금융기구다.

BIS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의 국채 선물 및 옵션 거래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급격한 금리 상승세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일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IS는 “미국에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는 있으나 유럽 재정위기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올 4분기 미국·유럽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BIS는 현재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와 같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는 2007년 미국에서 나타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4월 27일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그리스 국채 신용등급을 투기 수준으로 깎은 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초기와 닮았다는 것이다.

BIS는 아울러 유로화를 쓰는 16개국 경제공동체인 유로존이 마련한 1조 달러의 구제금융 계획만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해소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게 BIS의 평가다.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요동치는 일이 잦아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다시 달러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게 만들고 있다고 BIS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시장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BIS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4개국에 대한 유로존의 대출 규모가 1조5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프랑스와 독일 은행이 각각 4830억 달러와 4650억 달러로 전체의 61%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 국가 대출의 절반은 프랑스 은행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 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