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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회·서쪽 한우 음식'투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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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울산의 문수경기장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그 반대 서쪽 방향으로 돌리면 크고 작은 산과 들이 눈에 들어온다. 울산 먹거리의 큰 틀은 동회서육(東膾西肉)으로 모아진다.

◇동쪽의 횟집들=정자항~주전해변~방어진으로 이어지는 동해 앞바다에는 싱싱한 활어회가 가득하다. 그러나 이곳에는 횟집들이 한 곳에 몰려 '거리'나 '타운'을 이루기보단 정자·주전 해변의 경치좋은 곳에 드문드문 떨어져 있다. 손님도 대부분 단골고객. 그러다보니 굳이 식당 앞에 나와 지나가는 승용차를 가로막는 '삐끼'도 나설 이유가 없다. 전국의 다른 유명 횟촌과 달리 편안하고 한적하게 회를 즐길 수 있는 매력을 갖춘 곳이다.

장생포로 내려가면 고래고기도 있다. '열두가지 고래고기 맛'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고래고기는 코 끝에서 꼬리 끝까지 빼놓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며 그 맛도 제각기 다르다. 처음 먹는 사람은 특유의 냄새에 덥석 달려 들기 어렵다. 울산 토박이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고래 맛을 알아야 진짜 울산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살코기는 참치살과 쇠고기의 중간쯤 되는 사치스러운 맛인 만큼 울산에 왔다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1986년 포경(捕鯨) 금지 조치 이후 장생포의 고래고기집들이 하나둘 문을 닫아 이제는 서너 곳만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서쪽의 불고기·소금구이=울산의 서쪽에선 우리나라 쇠고기 중 으뜸으로 꼽는 언양·봉계 한우가 기다린다. 언양읍네에 들어서기 무섭게 온 동네에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작은 시골읍내에 불고기집이 40여곳이나 되니 그럴만도 하다.

언양의 쇠고기 요리는 불고기. 살코기를 다져 마늘과 갖은 양념을 하고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굽는다. 기름이 빠지고 숯향이 밴 언양불고기의 본토 맛엔 생고기의 신선함과 풋풋함이 가득하다. 언양의 불고기 값은 일인분(1백80g)에 1만2천원.

언양에서 경주 방향으로 35번국도를 따라 30여분 달리면 봉계에 이른다. 봉계에서는 고기를 도톰하게 썰어 숯불 석쇠 위에 올리고 소금을 뿌려가며 굽는 소금구이가 더 인기다. 마블링(흰색 무늬 섞임)이 잘된 선홍빛 고기는 약간 질긴 듯 씹는 맛이 좋다. 작은 마을에 60여곳의 고기집이 있는데 소금구이 값은 일인분에 1만3천원(1백50g). 낙엽살 등 좋은 부위는 1천원 정도 값이 뛰지만 그나마 그 부위가 떨어지면 맛도 못본다.

봉계 종점식당 안영도 사장은 "언양이나 봉계의 쇠고기는 인근에서 키운 3~5년된 암소 한우로 냉동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기"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전국 음식의 집합지=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의 메카인 공업도시. 그러다보니 본토박이보다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고, 음식 역시 전국 각지의 것들이 다양하게 유입됐다.

이와 관련해 울산산업대학 호텔조리과 채영철 교수는 "울산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살다보니 서울처럼 전국의 음식이 총집합한 곳"이라며 "그러나 같은 음식이라도 경상도 지역 특성에 맞춰 짜고 매운 맛이 강해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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