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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쏠리는 아태재단> 아태재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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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태평화재단은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 집권의 산실이자 퇴임 후 돌아갈 곳이다.

DJ가 1992년 대선에서 패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와 94년 설립했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이론과 정책 연구개발이 설립 목적으로, 현재도 박사급 연구원 4명을 두고 연구활동과 논문집 발간, 저술 지원 등을 하고 있다.

DJ는 퇴임 후 이 재단에서 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연구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재단은 DJ 정계복귀의 발판이 됐고 97년 대선 때 金대통령의 당선을 위한 후방기지 역할을 했다는 평도 받는다.

특히 한나라당은 재단 설립 때부터 DJ의 비자금을 관리했으며 퇴임 후를 대비해 거액의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재단은 金대통령 집권 직후 비정치적 활동에 전념한다며 50여명이던 직원을 순차적으로 23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DJ의 측근 이수동씨가 상임이사를, 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가 부이사장을 맡은 데다 99년말 재단에서 발간된 '평화논총'에는 '정권 재창출'이라는 단어가 등장해 정치적 단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재단측은 "야당시절부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후원하던 분들로부터 십시일반 모금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DJ 집권 후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후원 제의를 받았지만 "다음 정권이 들어서 조사를 받더라도 먼지가 안나도록 모두 거절했다"는 주장이다.

아태재단 신축 건물은 대지 3백94평에 지상 5층·지하 3층(연건평 1천4백89평)이다.

DJ 집을 감시하던 사찰 가옥 2채를 포함한 4채 구입비로 30억원, 건축비로 70억원이 들어갔다. 대통령 사저와 인접해 경찰 10여명이 24시간 경비를 선다.

건물 1층은 DJ 개인소장품을 전시할 예정이며, 2층은 연구실과 자료실, 3층은 업무공간, 4층과 5층은 임원실이다. 설립 후 DJ가 맡아온 이사장직은 98년 2월 정권교체 후 그의 오랜 지기인 이문영(李文永·경기대 석좌교수)·오기평(吳淇坪·세종재단 이사장)씨 등이 이어받았고, 2000년 11월부터는 공석 상태다.

DJ는 92년 대선 당시 재단 소유 영등포 역사 주변 땅 2백19평을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재단측은 "선거에서 져 공약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며 "땅값 8억원 중 93년 1억원을 기부해 성의표시는 했다"고 밝혔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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