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빠른 차붐축구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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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해 초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사진)의 입 언저리는 늘 부르터 있었다. 긴 공백 끝에 돌아온 그는 선수들에게 "더 빠르게, 더 적극적으로-"를 외치며 함께 뛰었다. 1997~98년 국가대표팀을 지휘했지만 프로축구 감독으로는 94년 울산 현대 감독 이후 10년 만이다.

훈련은 엄했다. 하지만 '자율'도 함께 주어져 창의적인 축구와 넘치는 투지를 불러냈다.

선수 대부분이 머리에 염색한 걸 두고 구단 홍보팀장 이호승씨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차 감독은 훈련장 안팎에서 모두 자율을 보장합니다." 그는 "내 아들(차두리)이 귀에 구멍을 뚫어도 못 말리는데 어떻게 선수들 염색을 못 하게 하느냐"는 차 감독의 말도 소개했다.

수원은 지난해 시즌이 끝나면서 김호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차 감독을 영입했다. '성적'이 문제였다면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김 감독은 95년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8시즌 동안 153승77무82패(승률 61.4%), 정규리그 2연패(98.99년), 아시아클럽선수권 2연패(2000.2001년) 등 13차례 국내외 대회를 석권했다.

하지만 수원은 변화를 원했다. 그리고 차 감독을 택했다. 조용하면서도 힘있는 변화를 추구한 차 감독 아래서 베테랑인 서정원.최성용.김진우 등은 팀의 안정을 이끌었고, 젊은 김동현.김두현.조병국 등은 힘을 불어넣었다. 실패로 끝난 경기에서도 유기적인 수비 조직과 굽이치는 공수의 흐름, 문전에서의 적극성이라는 차 감독의 요구는 거의 지켜졌다. 그러면서 차붐식 축구는 '교과서 축구'라는 칭찬도 얻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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