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갖추는 아·태 'CDMA 벨트' <부호분할다중접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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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의 '아시아·태평양 벨트'가 구축된다.

미국·남미지역, 일본·중국에 이어 베트남·미얀마·인도·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잇따라 CDMA를 도입하기로 결정, 태평양 연안 국가 대부분이 CDMA 서비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CDMA는 유럽형 이동통신방식(GSM)보다 3세대(3G) 서비스 기술에서 앞서 있어 벨트가 구축될 경우 GSM과의 힘겨루기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경우 이미 3세대 서비스인 CDMA2000-1x 상용화에 성공한 상태여서,CDMA벨트 구축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 또 벨트 내 국가들이 3세대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장비와 단말기는 물론 서비스 기술까지 수출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와 관련 업계가 벨트 구축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황=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CDMA를 채택한 국가와 가입자는 53개국 1억4천4백만명이다. 1백60여개국(CDMA 서비스 병행국가 포함)에서 6억3천4백만명의 가입자를 지닌 GSM 방식과 비교하면 아직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CDMA 도입 국가가 크게 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이 올 초 전국 3백개 도시에서 CDMA 서비스를 시작했고, 인도도 가세할 예정이다. 중국의 CDMA 가입자는 올해 5백만명에서 내년 3천2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시장조사업체인 오범(OUVM)은 추산했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이미 CDMA 도입을 결정했고, 싱가포르·미얀마·인도네시아·태국 등도 가세할 예정이다.

◇벨트화의 필요성=CDMA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했다. CDMA 방식은 GSM 방식에 비해 기지국 구축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인구 조밀지역에 유리하고 통화 품질 및 보안성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후발 서비스이다 보니 세계시장에서 이미 자리잡은 GSM에 밀려 해외 로밍이나 시장확대에 한계를 보여왔다.

하지만 벨트가 구축돼 서비스 국가가 많아질 경우 CDMA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됐던 해외 로밍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또 벨트 내 업체들의 경쟁으로 서비스 품질이 높아지고,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 표준 등을 제정할 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서비스 기술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한국으로선 세계시장 개척이 유리해진다.

◇한국의 역할 증대=CDMA 벨트 구축은 사실상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점을 앞세워 수출 주력품목으로 키우자는 복안이다.

우선 정부에선 양승택 정통부장관이 지난해부터 중국·몽골·싱가포르 등을 찾아다니며 CDMA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장관은 이달말에도 인도·캄보디아·인도네시아를 방문해 IT 장관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고, 김태현 차관도 4월 중국과 미얀마를 방문한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는 25개국 아시아 IT 장관 회담을 서울에서 열어 이동통신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CDMA 사업자 회의도 개최해 벨트 구축을 현실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업체들의 노력도 활발하다. 삼성·LG전자가 최근 중국 내에 각각 연산 2백만대, 1백20만대의 CDMA 휴대폰 생산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세원텔레콤·팬택 등 중견업체들도 중국 현지 업체에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으로 휴대폰을 수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베트남(LG전자와 KT)·홍콩(세원텔레콤)·미국(삼성·LG전자, 현대큐리텔)·인도(삼성·LG전자, 현대큐리텔)·미얀마(LG전자)·호주(삼성전자) 등에도 최근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도 분주하다. SK텔레콤은 중국 차이나유니컴신시공에 서비스컨설팅을 제공하며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몽골·베트남지역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KTF도 지난해 진펑그룹(JPG) 등 중국 유력 통신업체 3개사와 잇따라 상호교류 합의서를 체결했으며 인도에 1천만달러의 CDMA 기술을 수출한 것을 계기로 인도시장 공략에도 열중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아태 CDMA 벨트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 본토·홍콩·대만을 엮는 '중화권 소벨트'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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